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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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진중권의 글쓰기 솜씨를 믿고 사서 본 책.

 

광주와 대전 출장이 연이틀 잡혀서 좀 가벼운 마음으로 KTX에서 읽으려고 집어들었다. 그럭저럭 쉽게 잘 읽힌다.
(물론 작가가 던지는 단어, 개념, 의미의 깊은 내면까지 이해하기에는 내 깜냥이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 키워드 21개

 

눈에 띄고 인사이트가 있던 것은 스타벅스, 스티브 잡스, 구글, 셀카, 프라다, 레고, 위키피디아, 박사 ... 이 정도.

 

 


 

 


1) 스타벅스

 

별로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지만, 회사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자연스레 동료들과 어울리다 보니 1주일에 2~3번은 가는 것 같다. (물론 내 돈 내고 사먹는 것은 아니다.)

그때마다 생각하는 것, '이 많은 사람들이 진짜 스타벅스 커피가 맛있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브랜드와 디자인의 성공,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분석에 눈길이 간다.


* 사회학의 비판 : 장 보드리야르 '파노플리 효과' / 피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 '허구로서의 커피'

 

 

 

진중권 :

 

'취미 혹은 취향이라는 낱말은 글자 그대로 입맛taste을 뜻했다. 이 낱말이 이성중심주의 문화 속에서 시각과 청각의 섬세함으로, 지각 능력으로 전의된 것이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감각의 섬세화를 문명화 과정, 특히 궁정화의 산물로 설명한다. 폭식과 폭음을 일삼던 중세의 호전적 전사들이 궁정에서 귀족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점차 취향의 섬세함을 평가하게 됐다는 것. 이 세련된 궁정 취향은 훗날 시민계급에 받아들여지고, 민주주의와 시장주의의 확산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퍼진다.'

 

'스타벅스는 커피의 입맛taste을 하나의 미학적 취향taste으로 바꿔놓았다'

 

'대중은 상품과 상품 사이의 '차이'를 소비한다. 중요한 것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기호가치다. 생산과 소비의 물질적 모델은 산업사회에 속하는 것. 그것에 대한 정보사회의 모델은 비물질화 혹은 재물질화, 다시 말해 물질이 아닌 브랜드 그 자체, 혹은 물질의 디자인과 결합된 브랜드일 것이다. 스타벅스는 취미를 선사하고 전달하고 창조하는 문화적 매체다.'

 

 

 


 

 


2) 스티브 잡스

 

모두가, 이 나라 전체가 스티브 잡스가 지녔다던 '창의성'에 꽂혀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잡스의 창의력은 제도권 교육에서는 나올 수 없다는 것.

소품종 대량생산 산업시대의 산물인 제도적 실체로서의 '학교'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평균수준에 맞추고 기계적 일정에 따라 강행하는 교과과정으로는 절대 창의성 안 나온다. 몰입을 방해만 할 뿐이다.

기본에 충실하되, 자유롭게 생각하고 마음껏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아몰레드 과몰입(언제 어디서나 손전화 쳐다보는)말고...

 

 


정재승 :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주목받는 창조적 능력은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개성적인 통찰력'을 요구한다. 복잡한 현실에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문제의 본질을 남들과 다르게 새롭게 정의하는 능력, 그리고 황당한 아이디어를 현실가능한 아이디어가 되도록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 등이다.'

 

 

진중권:

 

'잡스는 컴퓨터 산업에 미학을 도입했다. ... 한때 '번거로운 케이블은 물론이고 언젠가는 모니터와 키보드, 본체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애플의 뛰어난 디자인 때문에 이제 기기의 물질성은 사라질 수 없게 됐다. ... 애플의 미학은 비물질화를 지향하던 디지털 기술을 재물질화 쪽으로 돌려놓았다.'

 

 

* 빌렘 플루서 : 마셜 맥루언과 함께 메체 이론가 양대산맥

 

 

 


 

 


3) 구글

 

새로움은 요소가 아니라, 배치!   해 아래 새것은 없다.

영감을 일으키는 기계적 절차... 구글 검색창에 타이핑 후 엔터

 

 

 


진중권 :

 

'문자가 등장하기 이전에 정보를 저장하는 유일한 장소는 두뇌였다. 푸코 '지식과 권력은 한 몸'

문자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정보를 외장 할 수 있게 된다. 지식이 외장되면, 그것은 인간 두뇌의 자연적 한계를 넘어 무한히 축적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이른바 문명의 시초'


기계검색이 열어주는 새로운 인식론적 의미.
'흔히 우리는 정보는 해독이 중요하고 검색은 부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보가 희귀하던 시절의 낡은 습관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정보는 더 이상 희귀하지 않다. 외려 현대 대중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사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정보 하나하나를 해독하는 능력보다는 그렇게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정보에 성공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검색엔진은 정보의 바다에 떠 있는 구명보트'


'기계검색은 정보를 생산하는 방식 역시 변화시킨다. 모던 예술가들은 일찍이 "새로움은 요소가 아니라 배치에 있다"라고 말함.
당신이 쓰고 싶은 글은 이미 누군가 써 놓았다. 당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은 이미 누군가 그려놓았다. 당신이 찍고 싶은 사진은 이미 누군가 찍어놓았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거기에 물 한 바가지 더 들이붓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정재승 :

 

지금 구글이 준비하는 것들...

23andMe 에 투자 - 내가 유전적으로 유방암, 당뇨병 등 118가지 유전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확률로 표시해주는 서비스

==> 이제 구글이 세상에 떠도는 정보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몸속에 있는 바이오 정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

 

 

 


 

 

 

4) 셀카

 

정재승 :

 

'요즘 젊은이들이 셀카를 찍는 것... 자연스러운 자신의 일상을 매 순간 담아내려는 소박한 노력'

 

그러나 '얼짱각도. 폰카 왜곡 기술 활용법.

내가 찍는데도(혹은 내 가장 가까이에서 찍는데도),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가장 왜곡된 모습'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셀카는 '삶의 기록'이 아니라 '욕망의 기록'이다.'

 

 

 


5) 레고

 


정재승 :

 

'레고 블록으로 근사한 건축물을 쌓는 동안, 아이들은 "여럿이 모이연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라는 복잡계 과학의 핵심 메시지를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OGEL오겔 : 깎고 조각하는 톱다운식 장남감을 레고와 함께 나란히 가지고 놀게 해주고 싶다.
작은 블록에서 세상을 쌓아가는 분석적 사고와 함께, 큰 밑그림에서 세부적으로 내려가는 시스템적 사고도 다음 세대에겐 꼭 필요'

 

 

진중권 :

 

'레고 블록은 일종의 소프트웨어. 레고 디자이너들이 짜낸 프로그래밍.
해적선, 로마군단, 소방대 등 레고 시리즈의 주제는 다양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으로 포장에 그려진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다. 디자이너들이 프로그래밍 한 그 소프트웨어 내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낼 줄 안다. 나아가 해적선과 로마군단을 합치는 식으로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저만의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거기에 레고가 아닌 다른 장난감들을 결합시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레고는 에코가 말한 '열린 예술 작품'이다.'

 

 

* <인문학은 밥이다> 김경집은 레고더미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보았다.

 

 



6) 위키피디아 : 사이버 민주주의를 실험하다


진중권 : 민중은 스스로 가르치고, 스스로 배운다

 

'위키피디아는 검증된 저자들이 집필한 사전에 비해 깊이나 정확성, 혹은 신뢰도가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의 지식에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생생함이 있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의 협력으로 개인적 저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집단지성'을 구현할 수도 있다.'

 

 

정재승 :

 

'위키피디아는 복잡계 네트워크complex network의 승리.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위키피디아의 성장은 전형적인 자기조직화 시스템self-organized system의 발로다. 서로 쉽게 연결되고 모이면 새로운 형질이 창발되는 복잡계 시스템의 특징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위키피디아를 탄생하게 만든 것'

 

'위키피디아가 소중한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공유할수록 서로 부유해진다"라는 인생의 놀라운 진실을 가르쳐주었다는 데 있다.'

 

'제약 거물 엘리 릴리Eli Lilly사 - 이노센티브 사이트 : 기업이 익명으로 답을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문제를 올리고 해결방안을 올리는 과학자는 500 ~ 1억원까지 기업으로부터 현금 보상. 짝짓기 시스템 ...
앞으로 점점 과학자들이 안정적인 연구 터전을 잃고 이데아고라라는 '외로운 경쟁의 광장'에 내몰리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다'

 

 


 

7) 박사


진중권 :

 

'실력을 갖고도 학벌이 없어 인정을 못 받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사회만 탓하는 것도 그리 생산적인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사회와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는 그런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하고, 개인은 학벌을 위조하는 위법이나 그 차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와 적당히 타협하는 편법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그런 차별의 벽을 돌파해나가는 존재 미학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명예는 그만큼 더 고상한 것이다.'

 

 

정재승 :

 

'왜 대학원생들은 박사를 받으려고 연구할까? 나는 우주와 자연과 생명과 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 평생 탐구하는 삶이 가장 고귀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이 거대한 우주 안에서 먼지처럼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이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이해하는 경이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무릇 박사란 그저 '아무도 던지지 않았으나 매우 중요한 질문을 세상에 던지고, 논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사고 과정을 통해 그 답을 스스로 찾아 세상에 새로운 지식 하나를 던지는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종의 자격증. 박사 학위를 받으면, 그는 이제 지도교수의 지도에서 벗어나 '독립된 연구자'로서 세상에 나아가 수많은 질문에 자신 있게 대면할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가 제 분야에서 모든 걸 알고 있기를 기대하지 마시라.'

 

 

 

 

 

 


* 언급된 책들


<비너스의 유혹 : 성형수술의 문화사> 엘리자베스 하이켄  : 유대인의 코, 흑인의 입술, 아시아인의 실눈은 늘 성형의 대상

<다크컬처Contemporary Gothic> 캐서린 스푸너  : 안젤리나 졸리는 고딕 시대에서 튀어나온 여신

<친밀성의 거래> 비비아나 젤라이저  : 현대사회에서 친밀감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

<스노 크래시Snow Crash> 닐 스티븐슨  : SF소설. 가상의 나라 메타버스, 그리고 들어가려면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만 하는 세상

<컬처코드> 클로테르 라파이유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찰스 리드비터

<위키노믹스Wikinomics> 돈 댑스코트, 앤서니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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