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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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가끔 읽는 책이라고는 사회과학이나 경제 서적이어서, 정말 큰맘 먹고 소설하나 도전해봤다. 작년인가, EBS가 책읽는 라디오로 개편된 뒤 우연찮게 들은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소개했던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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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 얘기 관련 스포일러 포함

 

 

김애란 작가의 필력이 상당하다.

 

읽다보면 웃음이 팡팡 터진다. '붕우유신'을 그렇게도 해석하다니 ㅋㅋㅋ

그러다가도 눈물이 왈칵 난다. 정말 그렇다.

비누방울 터지듯 갑자기 터지는 웃음과 눈물...

 

 

책 전반부는 17살 대수와 미라의 만남과 임신이 이야기를 이끈다.

중반부 이후부터는 아름이의 이야기.

그리고 서하와의 가슴아픈, 그러면서 설렌 이야기가 주의를 끈다.

 

작가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썼겠지만,

나는 그 37살 먹은 '미친 놈'이 아마도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서하'라는 또 다른 인격이 정말 있었을 수도...

 

남들보다 엄청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아름이.

아파서 너무 아파서 의젓하고 철이 일찍 들어버린 아이.

그러나 여전히 '아이'인 아이

 

우리 가정의 아픔과 겹쳐, 그래서 더 많이 안타까웠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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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중환자실에서의 장면이 인상깊다.

 

 

아버지는 상체를 숙여 나를 안았다.

...

그러곤 깃털처럼 가벼운 자식 앞에서 잠시 휘청댔다. 마치 세상 모든 것 중 병든 아이만큼 무거운 존재는 없다는 듯. 힘에 부쳐 바들바들 손을 떨었다. 잠시 후 내 가슴께로 펄떡이는 아버지의 심장박동이 전해졌다.

...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파동 안에 머물렀다. ... 아주 오래전, 어머니의 뱃속에서 만난 그런 박자를, 누군가와 온전하게 합쳐지는 느낌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 하나를 비로소 알아낸 기분이었다. 그건 누군가를 힘껏 안아 서로의 박동을 느낄 만큼 심장을 가까이 포개는 거였다.

 

 

 

언젠가부터 우리 21개월 된 아들이 잠들기 직전마다 하는 행동이 있다.

내 가슴팍을 풀어 헤치면서 내 가슴에 조막막한 지 손을 댄다.

그러면 뭔가 안정이 되는지 금새 잠이 든다.

 

책을 읽고 난 뒤, 어젯밤 아이와 함께 누우면서 몇번이고 반복됐던 그 손이 오늘만큼은 매우 특별했다. 오래도록 아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소곤댔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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