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이현군 선생의 책 '옛 지도를 들고 우리 역사의 수도를 걷다'를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공주, 부여, 경주, 평양 등 삼국시대의 수도에 대해서 현장을 답사하는 기분으로 썰을 푸시는 솜씨가 제법된다고 생각하였다. 책날개에 저자 소개글에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라는 책이 소개되어 있어, 이 책을 읽게 됐다.
대학 때 서울에 올라와서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지금껏 17년을 서울에 살았는데, 막상 서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가본 곳도 별로 없다. 그래서 막연히 불만이었고 예의 그 호기심이랄까, 불만족감이 계속 나를 압박해왔다. 왜 이곳 지명이 이럴까, 왜 이곳에 이 건물이 들어와 있을까 등등 알고싶다는 마음이, 생각이 계속 있어왔다. 특히 이제 몇 년 후면 아이들이 자라게 되고 서울 여기저기를 아빠가 데리고 다니면서 그곳의 역사와 지리, 문화에 대해서 멋들어지게 설명하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강력히 올라왔다.
이 책은 이런 배경으로 읽게 된 것.
이현군 선생은 실제로 답사를 다니면서 쌓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책도 실제 답사코스 방문하듯이 썼다. 궁궐부터 시작해 종로, 청계천 물길, 서울성곽, 성밖의 나루터 등등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최대한 자세하게 역사와 문화적 배경 설명을 곁들여 가면서 그 공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렇게 설명을 듣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공간이 신도시 아파트 짓듯 그냥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오랜 역사와 삶의 무게가 반영된 것이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이란 공간이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서울도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루하루 일에 치여, 피곤에 쩔어서 그냥그냥 살아가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한심하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래서일까 요새는 내가 먹는 것, 내가 있는 곳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내가 이것을 왜 먹을까. 지금 먹고 있는 이것은 어디에서 왔고, 누가 요리한 것일까... 내가 있는 이곳은 왜 이런 지명을 갖고 있을까, 왜 이곳에는 이 건물이 있을까... 갑자기 떠오른다. 인간은 생각하니까 존재한다.
책에서 좋은 뷰포인트로 북악산, 인왕산, 낙산(타락산)을 추천해주셨다. 북악산, 인왕산은 서울에 있으면서 한 번도 안 가본 곳이다. 조만간 꼭 한 번 가야겠다. 낙산은 예전에 혜화동 살 때, 낙산공원 한 번 가봤는데, 성곽 따라 위로 올라가 볼 생각을 못 했다. 다시 한 번 대학로 뒷길로 낙산에 올라봐야 겠다. 응봉-창덕궁-창경궁-종묘로 이어지는 생태축도 꼭 눈으로 확인해야 겠다.
아무튼 이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며, 생각하는 만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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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길은 지형적 조건과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다.'
'수도권 도시철도와 도시 외곽에 형성된 고속도로는 현대판 축지법 원리가 적용된 것. 결국 시간을 통해 공간이라는 절대적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
'그러나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기본적인 삶의 질, 삶의 여유를 찾을 장소가 있는가도 경제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
'서울이 우월한 지위를 버리고 문화와 역사를 살려 품위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장소,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 말입니다.'
'옛 성곽을 일주하면서 보는 서울의 역사성, 문화적 다양성,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이 바로 문화콘텐츠가 아닌가 싶습니다.'
*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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