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노무현 - 개혁을 품은 왕, 시민을 꿈꾼 대통령
김용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2007년 7월에 KBS에서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한성별곡>이란 드라마를 했다. 8회짜리 짧은 사극에 이름 짜한 배우 하나 없었지만 정말 잘 만든 드라마였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각본과 연출이었다. 그렇게 완성도가 상당한 드라마였지만 나는 보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 드라마에는 정치에 대한 허무주의와 패배주의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현실을 투사하는 듯했다. 정조는 노무현을, 노론은 한나라당을, 신도시 화성은 행정 수도 세종시로 읽힐 여지가 많았다. 무엇보다 개혁은 좌절되고 개혁가는 스러졌다.

 

<정조와 노무현>은 정조와 노무현이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한 책이다. 그동안 정조와 노무현을 비교하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지만 왜 아무도 이런 책을 쓰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무척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정조가 등극한 18세기와 노무현이 집권한 21세기에는 어떤 시대적 요구가 있었을까? 정조와 노무현은 시대정신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200여 년이란 시차를 넘나들며 역사와 정치를 비교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덕분에 독자는 역사와 정치를 조각이 아니라 통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다.

 

마르크스는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곧 총선이다. 나는 비극도 희극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상식이 통하는 세상, 순리대로 흐르는 세상이 되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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