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를 죽인 부처 - 깨달음의 탄생과 혁명적 지성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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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박노자라는 이름이 내 눈을 붙잡았다. 최근에는 한국 고대사가 그 대상이더니 이번에는 뭘 또 씹으시려고 그러시나... 제목을 보아 하니 불교가 씹힐 차례?  

나는 특히 7장 ‘불교와 국가 그리고 국가 폭력’에서 다루는 호국 불교 이야기가 가장 충격이었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살생을 하지요”라니... 불교 신자건 기독교 신자건 군대도 가고 총도 잡을 수 있다 생각한다. 내처 전쟁 중에 누군가 죽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단순하게 이해한다. 그런데 ‘당연히’라니... 책에 실린 1968년 3월 23일자 <경향신문> 기사를 보자.  

   
  장삼의 법의를 걸친 송도진 스님(20세)은 사격 자세를 잠시 쉬고 ‘대의를 위해서는 살생할 수 있는 것이 법가의 진리’라고 말하고는 다시 카르빈의 방아쇠를 당겼다. 명중률은 2등 사수 정도. 송 스님은 임진란의 승군 대장 사명 대사의 고사를 펼치며 국토방위에 앞장서겠다고 기염이 대단하다.(208쪽)  
   

 진작부터 우리나라 불교를 호국 불교라고 배워 왔기에 별 생각 없었다. 그런데 박노자 같은 근본주의자가 정리해 놓은 글을 보니 제정신이 돌아온 듯하다. 167쪽에 나오는 코끼리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에게 독화살을 쏜 사냥꾼을 용서하고 상아까지 준 코끼리 왕은 죽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다음 생애에 부처가 된다면 맨 먼저 그대의 삼독을 빼줄 것입니다.” 이것이 초기 불교 정신이라면 어느 누가 ‘당연히’ 살생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이 밖에도 여자는 성불할 수 없다며 남녀를 차별하는 전통, 초기 불교가 구현한 민주주의 이야기에서 오늘날 배울 게 많을 듯하다. 원효를 비판한 내용도 있는데 그 부분은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내가 원효를 좋게만 생각해 왔나 보다. 자료 사진도 많고 낯선 용어에는 각주가 달려 있어 나처럼 불교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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