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도연대 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역시 재밌어!!
ㅋㅋㅋ 같은 내용이라도 만화책으로 보는 것과
소설책으로 읽는 건 또 다른 묘미가 있는 듯.

특징있는 등장인물들에 복잡하게 엮이고 꼬인 사건들, 그리고 사이사이에 교고쿠도가 늘어놓는 장황한 얘기들에 정신이 쏙 빠지면서도 얘기가 진행될수록 묘한 쾌감과 뭐라 말 못할 중독성 강한 재미가 백귀야행 시리즈의 묘미인데
이 백기도연대는 화자도 다르지만 단편이라 호흡이 길지 않고 백귀야행 시리즈보다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들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거 같다. 근데 또 이렇게 단편을 읽다보면 장편 시리즈가 읽고 싶어진단 말이지.
이 작가의 마성의 매력....ㅋㅋㅋ

P. 31) 이것이 단순한 동정이라면 그것은 경멸과 같은 뜻이 아닌가. 동정이란 단지 우월감을 뒤집어놓은 말에 지너지 않으니까.

P. 31~32) 일반대중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이 세상에는 단지 많은 개인이 있을 뿐이지요. 개인은 개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지 않을 때 대중이라는 복면을 쓰는 겁니다.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시키는 비겁한 행위란 말입니다. - 중략- 그것은 고유명사를 은폐함으로써 개인이 대중으로 둔갑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여 아무런 논의도 거치지 않고 하찮은 헛소리가 마치 민의를 얻은 정론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거예요.

P. 107) 사람은 결산을 잘해야 하는 거야! 알겠어? 인내 다음에는 폭발이야. 그런건 기원전부터 정해져 있는 진리야!

P. 279) 같은 종류의 것을 대량으로 수집하는 행위는 결국 개체로서의 가치를 무효화시키는 일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것도 기발한 것도, 귀한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어느 한계치를 경계로 하여 셀 수 없을 정도의 단계에 이르면 단숨에 모두가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 되고 마는 모양이다.

P. 420) 죄라는 것은, 벌을 받는 편이 훨씬 더 편한 법이지요 -중략- 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위 자체에는 의미가 없지요. 그것을 범죄라고 결정하는 것뿐입니다. 그것은 경우에 따라 징벌이 따르겠지만, 뒤집어서 말하면 잘못하면 영원히 지속될지도 모르는 자책감을 징역 몇 년이라거나 벌금이 얼마라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한정시키는 작용도 하는 것이지요. 형태가 없는 것에 형태를 부여하고 이름을 붙여 결말을 낸다. 이것이 악귀를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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