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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잠비 / 2023년 7월
평점 :
제목을 본 순간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개들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무도 인식조차 하지 않는 개들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한때나마 이름과 가족을 가졌던 유기견과 이름조차 갖지 못하는 번식견과 음식재료로만 여겨지는 식용견들이 나온다.
이 책을 읽는동안 내 감정은 슬픔으로 시작해 분노로 바뀌어갔다.
이미 알고있던 것들과 그동안 몰랐던, 아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을 마주대하게 되니 그 분노가 나를 향한것인지 그들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동물권이라는 말을 쉽게 듣고 사용하면서도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수 많은 동물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가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건 현재 우리집 막내딸이 된 "찌콩이"를 만나게 되기 조금 전부터였다.
16년간 키우던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 다짐했었는데 그 상처가 조금 아물어갈무렵 아빠가 "우리도 개 한마리 키우면 어떨까?"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던 유기동물 어플을 깔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거리며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하루에 이렇게나 많은 동물들이 버려진다니..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된다니..
밤마다 유튜브로 유기동물 영상을 보고 sns에 입양 홍보글도 올려보고 했었다.
찌콩이를 입양하고 느낀건, 멀리서 보면 그저 귀여운 개 한마리일뿐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아이들도 감정을 표현하고 우리에게 말을 걸고 기쁘고 행복하고 화나고 슬픈걸 다 느끼는구나 하는것이었다.
반면 이 세상 모든 유기동물을 내가 다 구할 순 없다는 무기력한 생각이 드는 때도 있었다.
하루에 입양되는 동물의 수보다 몇배는 많은 유기되는 동물의 수를 보며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곤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 많은 유기견과 번식견과 식용견 사이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됐다.
또한 그것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히고 섥혀있다는 것도.
작고 예쁘고 독특한 개를 원해서 혼종견을 만들고 그로인해 병이 생기고 그 병 때문에 유기되는 개들이 수두룩하다는 글을 읽으며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식용견 문제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문화이니 인정해야한다는것과 주장과 감정을 나누는 존재이니 식용을 금지해야한다는 주장을 넘어서 개식용을 합법화했을때 감당해야하는 국가적 손실과 현재의 식용견들이 위생적으로 얼마나 안좋은 환경에 있는지, 보양식이라고 여겼던 개고기가 영양학적으로 인간에게 그다지 좋지 않다는 글을 읽으며 이것들에 대한 홍보가 아주 많이 필요하며 제도적인 변화가 매우 필요하다는 걸 알게됐다.
결국 어쩌면 모두가 모르기 때문에, 외면하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유기견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도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알게된것같다.
여전히 난 이 세상의 모든 유기동물을 내가 구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알게되고 깨닫게 되어 이런 글을 씀으로서 아무도 모르던 개들을 손톱만큼이라도 누군가 알게되길 바라본다.
'모든 일이 그때부터 시작됐어요.
내 새끼라는 생각이 드니까 못생긴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착한 점, 예쁜 점, 좋은 점만 보이죠.
고양이 한 마리를 사랑했을 뿐인데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장면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p. 149
'동물에 대한 연민을 낮잡아 보는 사람이 많잖아.
우리가 구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이유로, 응원은 고사하고 비난을 받을 때도 있잖아.
하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군가를 위해 자기 인생을 걸어본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
그런 소리는 누구도 구한 적 없고 누구도 살린 적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야.'
-p. 178
''사실'이 항상 '진리'는 아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당위'가 될 수 없다.'
-p. 276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