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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술을 보여달라고 한다 ㅣ 걷는사람 시인선 15
이장근 지음 / 걷는사람 / 2019년 10월
평점 :
무엇때문이었을까?
편독이 심한 나는 '시'라는 장르는 어릴때 '동시' 조차도 읽지 않았었다.
물론 감수성이 한참 예민하던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원태연님의 시를 많이 읽고 비슷하게 써보기도 하고 했었지만 그것도 그때 뿐.
워낙에 관심이 없는 분야다보니 읽고싶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 내가 이 시집의 소개글을 우연찮게 읽게 되었는데 문득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다.
내 마음에 슬며시 들어왔던 시는 〈영, 너는〉이라는 제목의 시였다.
우린 이미 잊어버린 공중전화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외워야만 걸 수 있었던 전화번호, 손안에 가득 들고있던 비릿한 냄새를 풍기던 동전들.
전화통화는 간단하게를 외치던 엄마의 눈을 피해 공중전화로 수다를 떨던 기억들.
영, 너는 젊었고
영, 너는 가난했고
영, 너는 우물에 별이 뜨면 물고기가 되었다.
-p. 60 〈영, 너는〉 중
물론 시인에 비하면 난 한참은 어린편이라 그의 기억과 나의 기억의 질감은 다르지만
그래도 무언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관심으로 이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시인의 말도 인상깊게 남았다.
잠이 오지 않으면
잠을 기다리는 대신
막차가 끊긴 버스정류장에 앉아
첫차를 맞곤 했다.
첫차를 타러 나온 사람들 눈빛에서
시를 읽곤 했다.
-시인의 말 중에서
이 시인은 삶의 밑바닥에서 열심히 살아내고있는 사람들에 대한 시를 썼다.
열심히 살고 싶어서, 혹은 그럴 수 밖에 없어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시들.
물론 시에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읽는 순간 단박에 이해할 수 없는 시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게 있었던 것 같다.
어릴적엔 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사랑에 관한 시들이 좋았었는데,
이제는 어느새 나이를 먹어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 추억에 대한 이야기가 좋아졌다고나 할까.
잊지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또 지금의 삶이 있겠지만,
아주아주 오래전의 내 삶도, 추억도, 기억도.
모두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던 시들은 책장을 지나다 한 번씩 꺼내서 곱씹어봐야겠다.
시를 읽는 시간들이었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