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
김영미 지음 / 치읓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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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눈물 버튼이 되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는 바로 <꿈>이다.

이상하게도 그 단어만 들으면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그건 아마도 간절히 바라던 꿈을 현실앞에서 고이고이 접었던 탓인 것 같다.

특히 결혼이라는 극도로 현실적인 문제를 바로 앞에 두었던 그 때.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가 가졌던 꿈은 어느새 나에게

젊은 시절 한 때 경험해 봤던 것 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되어있었다.

어쩌면 그게 나 자신과의 타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결혼한지 거의 십년.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고 아이들도 조금 자라고나니

가슴속에 묻어뒀던 그 꿈이란 놈이

다시 스믈스믈 기어나오고 있던 요즘이었다.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은데 너무 다시 하고싶고.

사십춘기라도 겪는건가 싶게 폭풍같은 시간을 보내던 때,

이 책을 보게 됐다.

누가 내 마음이라도 알고있는 것 처럼.

내 등 뒤를 떠미는 듯한 이 책.




여지껏 살면서 내 나이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올해들어 유독 나이가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다시 하기엔 늦은 것만 같은 나이.

지금 다시 꿈을 꾸기엔 너무나도 늦은 것 같은 나이.

아침에 눈을 뜨고 전쟁같은 아침 시간을 보내고.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나서 엉망진창인 집 안 꼴을 보며 한숨이 나오던 시간.

집 안 정리와 설거지와 청소와 빨래를 하다보면

나 자신을 돌볼 시간도 힘도 없던 그 시간들.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저자 역시 나와 같은 가정 주부이자 세 아이의 엄마였고,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하듯 집안일들에 치여 꿈 꿀 시간도 없었단다.

'우리의 일상이 의미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은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단지 아내와 엄마로서만 반복되는 일상이

공연이 끝난 무대처럼 공허하게 느껴졌다.

.

.

꿈과 목표의 부재가 우리의 귀한 하루하루를

그토록 의미 없게 만들었다.'

-p. 26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라 말한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라고.

엄마라서 주부라서-라는 이유로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거라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시작이라도 한다면 뭔가는 하지 않겠냐고.






이미 놓쳐버린 꿈을 붙잡고 한참을 방황하다

어느날 문득 타협점을 찾았었다.

이미 늦어버린 건 놓아주되 다른 쪽으로 공부를 해보자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즐거워졌다.

사실 그것도 아직 많이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이,

'그래. 까짓거.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일단 하자!'였다.

내가 해서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닌가?

즐겁고 행복해지자고 살고있는거니까.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 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의 인생은

무언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진다.

경험과 깨달음은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 된다.'

-p. 207

어딘가에서 나처럼

나이와 현실때문에 꿈을 놓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등 뒤를 떠밀림 당하시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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