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어 예쁘게 쓰기 - 악필러를 위한 영어 손글씨 교정 노트
김상훈 지음 / 경향미디어 / 2020년 9월
평점 :
어릴 때부터 유독 부러운 사람이 있었다.
바로 글씨를 예쁘게 쓰는 사람!
워낙에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그런지
글씨도 써놓고 보면 이마를 툭 치며 한숨이 나올정도로 안예쁜지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보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 사람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글씨를 잘 쓰는건 미술에 소질이 있느냐 없느냐랑은 다른 문제인 것 같았다.
(사실 고등학교때 디자인 전공이었고
입시미술을 2년이나 했는데 글씨를 못쓰니..
스스로 확인한 사항이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글씨를 예쁘게 쓰려고 크게 노력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림을 그릴 땐 선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고 집중을 하는데
글씨를 쓸 땐 늘 내용을 후다닥 써버리기 바쁘기만 했으니
글씨가 예쁠리가 없는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처음으로
글씨를 예쁘게 쓰는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악필러를 위한 영어 손글씨 교정 노트이다.
한글도 잘 못쓰긴 하지만 영어 필기체를 예쁘게 써놓는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싶었다.
사실 책 표지만 봤을 때에는 그저 필기체 연습용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들여다보니
말로만 들어왔던 '캘리그라피' 입문서쯤 되는 것 같았다.
책의 첫 페이지는 어느 입문서나 그렇듯이
캘리그라피라는게 무엇인지 설명하고
영문 서체의 종류와 캘리그라피를 위한 도구 설명,
그리고 캘리그라피 용어와 캘리그라피를 잘 쓰는 요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저 필기체 연습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캘리그라피에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던지라 잘됐다 싶어서
캘리그라피 입문자용 붓펜까지 구입했다.

저자분이 추천해준 펜으로 살까 고민하긴 했었지만
아직 나와 캘리그라피가 잘 맞는지도 모르겠고 일단은 입문이니까-라며
가격대비 평이 좋아보이는 펜으로 구입 완료!
(요즘 택배는 정말 빠름빠름~~~~^^)
초반 설명들을 꼼꼼히 읽고 혹시 몰라 연필로 연습도 해보고.
그 다음 구입한 펜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이럴수가...
분명 요령을 꼼꼼히 읽었고 방법도 충분히 이해했는데.
내 손가락이 이상한건지.
굵은 선은 어렵지 않았는데 가는 선만 그으면
손가락이 덜덜 떨리면서 선이 무슨 지진계도 아니고..엉망 진창이었다.
처음 써 보고난 후의 느낌은 '쉽지 않다'였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가면서 점점 더 집중하게 되는게 너무 좋았다.
마음이 복잡할수록 단순한 일에서 평온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았다.
아이 둘과 집안에 콕 박혀서 하루를 복닥거리다보면
밤에는 정말 물먹은 솜처럼 몸이 축 늘어지게마련인데,
아이들이 잠든 깊은 밤.
차가운 탄산수 한 병과 잔잔한 음악과
이 캘리그라피 연습이 힘이 되는 것 같았다.
매일 밤 조금씩 조금씩 연습을 해서
누군가에게 멋지게 써서 선물하고 싶어졌다.
이왕 시작한거니 잘하게 되는 그날까지!!!
나에게 위로를 주고 캘리그라피의 신세계를 열어준
이 책을 만나게돼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