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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주인공의 직업이 유품정리사인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를 본뒤로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었다.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 땐 쉽게 할 수 없는 직업,
남들이 다 기피하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뮤지컬을 통해 그 직업이 단지 사체가 남긴 흔적만을 지우고
유품만을 정리하는것이 다가 아님을 깨달았었다.
그랬기에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에 궁금증이 생겼고
이 책을 봤을때 꼭 읽어보고 싶어졌었다.
정말 오로지 실제 유품정리사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게 됐는데
담담하게 펼쳐낸 이야기는 생각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139 페이지 밖에 안되는 책인데 읽다 자꾸만 울컥거려서
읽다 쉬다 다시 읽다 쉬어야 해서 한참을 읽어야했다.
저자는 고독사라는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남의 일이 아닌 나의 현실이라고 모두가 인식할 수 있도록
고독사 현장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공개했다.
사진으로 보여주기엔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힘들것 같아서
미니어처를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처음 등장하는 미니어처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자그마한 미니어처 속엔 고인의 흔적이 가득 남겨져있었다.
이부자리 주위로 먹다 남은 도시락과 쓰던 젓가락, 컵소주,
읽던 신문같은것들이 널부러져있었다.
그 물건들을 사용하던 고인만 빼고 생전 그 모습 그대로.
미니어처를 아무 생각없이 훑어보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책속엔 총 8점의 미니어처가 나오는데
미니어처마다 각기 다른 고독사 현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독사엔 우리가 흔히 아는 지병이 있고 나이가 있는
누군가의 병사도 있지만
의외로 젊은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자살인 경우도 있고 사고사인 경우도 있다.
몸이 아파 도움을 청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마음이 아파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저자는 유품정리사로써 고인의 마지막을 최선을 다해서 정리하고
갑작스런 죽음앞에 망연자실한 유족의 마음을 위로한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다시한번 어렵기도하고
대단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인가구가 많아진 요즘 세상에서 고독사는 이제 흔치 않은 일이 아니게 됐다.
저자의 말처럼 고독사가 그저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고독사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인의 인생이 결코 불행하거나 고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마지막은 고독사였을지 모르나,
행복하게 활짝 웃는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방에 남은 고인의 물건, 추억이 가득한 소품이나 사진을 보면
살아생전 몹시 행복했음을 알 수 있어 안심이 된다.
지금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도
언젠가 당신의 삶을 누군가에게 말해 줄지 모른다.'
-p. 87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
주위에 있는 소중한 이들의 마음까지도 함께 죽인다는 사실이다.
본인이 느끼지 못할지라도 이 세상에는 누군가 한 사람,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가 틀림없이 존재한다.
그 '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죽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p.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