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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지나간 후
상드린 콜레트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몰아치듯 읽었다.
멈출수가 없었다.
물론, 한 권을 한 번에 다 읽은건 아니었지만
코로나와 주말과 아이들과 신랑과 시어머니의 콤보만 아니었으면
책을 잡은 그 날 다 읽었을 것이다.
주말. 밥 차리고 치우고 간식주고 치우고를 반복하다
한 시간 휴식을 외치고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딱 100페이지 쯤 읽었는데 진심 끝까지 읽고싶었다.
그리고 어젯밤.
아이들이 잠들자 마자 책을 펼쳤고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거의 자세 한 번 바꾸지 않고
시선 한 번 다른곳으로 옮기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만큼 글의 몰입도가 좋았고 자꾸만 그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 책은 1970년생인 프랑스 작가 상드린 콜레트의 소설이다.
데뷔작부터 프랑스 추리문학 대상을 받은 작가이다.
2013년에 데뷔했고 이 소설은 2018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내가 이 소설에 호기심이 생겼던건 바로 이 문구 때문이었다.
"거대한 재앙에서 살아남은 일가족 11명.
이 지옥을 탈출할 수 있는 배의 정원은 8명.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누구라도 쉽게 선택 할 수 없는 가혹한 문제를
과연 작가는 어떤 이야기로 풀어나갈지 정말 궁금했다.
엄마, 아빠. 그리고 9명의 아이들.
과연 누가 탈출하지 못하고 남을지,
그리고 남은 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개인적으로 이 책은 내용을 모르고 읽는게 훨씬 좋을 것 같기에
여기에서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요근래 이정도로 나를 몰입시킨 책은 없었으니까.
책을 읽는동안 난,
종종 숨쉬는 걸 잊었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읽던 곳을 벗어나
다음 페이지에 눈이 가고는 했다.
책 속의 인물들과 함께 희망을 가졌다가 절망하기도 했고,
다시 또 용기를 내기도 슬픔에 빠지기도 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것만 같았다.
최악의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본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찾는 이성.
그 안에서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자연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주 커다란 파도를 온몸으로 맞은 느낌이었다.
파도가 지나간 후의 고요함. 어떨떨함.
지금 딱 내 감정이 그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전부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그 공허감, 결핍감, 공포에서 뚜렷한 예감을 얻었음에도
그들은 그런 말은 일절 하지 않고 달콤한 갈레트를 먹어치우고,
수염처럼 입가에 묻은 초콜릿을 혀로 핥았다.
이 또한 어떻게든 지나가리라.
-p.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