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영화화 했던 동명의 영화가 이상하게도 보고싶었었다.
물론, 영화가 나온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보지 못했지만.
그런데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내 경우에는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를 봤을 때,
영화를 먼저 본 경우엔 늘 책이 재밌었고
책을 먼저 읽었을 땐 영화가 늘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편이라서
되도록 영화를 먼저 보려하는 편이다.
하지만 왠지 이 책은 그냥 먼저 읽어보고 싶었다.
영화로도 소설로도 실은 별로 아는 건 없었다.
그저 아주 뜨거운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의 주인공이 남성과 남성이라는 것 뿐.
이 소설은 10대 소년 엘리오와
엘리오의 아버지께 초대된 여름 별장의 손님인
20대 올리버의 이야기이다.
엘리오는 올리버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그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회상한다.
파란색 셔츠를 펄럭이고 소매를 걷어올리고
'나중에!'라고 말하는 냉정하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듯한 올리버.
따분한 사람이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좋아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첫 만남.
어쩌면 그 날 부터.
이 이야기의 배경은 이탈리아, 그리고 한 여름이다.
나에게는 머나먼 나라.
소설 속에 그려지는 장면들 또한 정말 영화속에서나 나올 장면들이었다.
그런데 엘리오의 마음들을 읽다보면 문득,
잊고있었던 짝사랑? 첫사랑?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솔직히 처음에는 남성과 남성의 사랑이기에
은근 내 편견들이 작용했던 것도 같았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엘리오와 올리버는 그저 엘리오와 올리버일 뿐.
남성과 남성이라기 보다는
그저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사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왜 남성과 남성의 이야기를 썼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찌보면 그렇기에.
남성과 남성이라서 느낀 엘리오의 망설임. 어쩌면 후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버에게 끌리는 마음.
장애물을 넘어서고야 마는 간절함 같은 것들이
더 깊은 사랑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찌됐든 두 사람은 그래서 헤어진다.
가슴속에 커다란 추억 하나를 남기고.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다시 만난 두 사람.
당신이 나이고 내가 당신인,
당신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길 바라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치않은 사랑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소설의 느낌이 사라지기전에,
영화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조금의 후회도 없다.
위험천만한 모험, 수치심,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무지.
그 무엇도 후회되지 않는다.
.
.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었고
감히 헤아려 보지도 못했고
끝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지만
굳이 이정표를 살펴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생애 처음으로 돌아오는 길을 위하여
빵가루를 흘리는 대신 다 먹어 치웠다.
.
.
내가 나중에 이 시간을 그리워할 수도 있고
훨씬 더 잘 살 수도 있지만,
그 시절 내 방에서 보낸 오후마다
내가 순간을 붙잡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항상 기억할 것이다.
-p.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