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이탈리아의 졸전 이미지가 유명한지라 1차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군도 호구였다는 인식이 퍼져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1차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군은 2류 수준이었다는 것과는 별개로 호구 수준까지는 아니었음.


일단 이탈리아 전선은 서부전선과는 달리 험한 산악지대 였음. 여기는 싸우다가 산사태 날 확률이 높은 지형에다가 워낙 험해서 군수물자 보급을 빠르게 할 수 없는 동네인지라 아마 1차대전 주요 전장 중에 가장 최악인 곳을 꼽으라면 바로 캅카스와 이곳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임.


그런데 1차세계대전 내내 이탈리아군의 방침은 이손초 강을 공격전선으로 삼아서 드라바 강과 사바 강으로 열린 관문을 통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본토를 공격한다는 전략이었고 실제로 3개월 한번 공세할 정도로 프랑스군이나 영국군보다 공격 빈도도 높았음. 생각해보면 1류 국가였던 영국, 프랑스도 그나마 평지인 서부전선도 참호뚫고 전진하느라 큰 희생을 치렀는데 얘네는 무려 산악지대에서 저짓할 수 밖에 없었으니 피해가 많이 나오는건 당연한 일임.


또 하나 재미있는건 이탈리아군은 1870년 이탈리아 통일의 핵심인 사르데냐 왕국군 계열 장교단이 잡고 있었는데 그들은 유대인의 입대 허용에 대해서도 관대한 태도를 보였었음. 그리고 참모총장인 루이지 카도르나 장군은 전쟁 중에 후퇴한 장군들을 죄다 면직시키는 굉장히 원칙적이었기에 규율과 군기는 의외로 잘 잡혔었다고 함.


거기다가 이탈리아는 통일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다가 지역 차이도 심한 곳이라서 북부 출신과 남부 출신들의 통학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 와중에 비록 성과는 전혀 없었지만 산악지대를 열한차례나 공격을 했으며 카포레토 공세 직전 이탈리아군은 드디어 방어선을 뚫는데 성공함.


그리고 곧바로 이탈리아군 역사상 가장 최악의 참패인 카포레토 전투가 시작되는데 분명히 이 공세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군을 독일제국군이 적극적으로 도왔었는데다가 독가스 공격을 날렸음. 휴돌턴이라는 장교도 이탈리아군의 방독면이 효과가 없었다고 기록한 걸 보면 이때까지 서부전선과 달리 이탈리아 전선에는 독가스 살포가 거의 없었다보니 당연히 이탈리아군이 제대로 화학전에 맞설 수가 없었다고 봄.


그 외에도 이탈리아 개개인 장병들도 나름 잘 싸웠었음. 앞서 말했듯이 산악지대 지형의 특성상 암석에 포격이 맞아서 이게 전장에 떨어져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기도 하는 상황과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묵묵하게 이탈리아군 장병들을 싸워왔음.


또한 알프스 지리에 익숙한 산악부대 '아르디티'는 독일군의 충격 전술 부대 스톰 트루퍼에서 모티브를 따온 산악부대로서 단도 등을 활용한 백병전에 능했음. 이들은 육탄전과 기습 훈련을 비롯한 각종 특수훈련들로 단련된 최정예들이었으며 기관총과 기관단총 같은 자동화기 뿐만 아니라 수류탄도 대량으로 보유했으며 단도도 백병전용으로 자주 사용했다고 함. 월급과 식사 및 병영의 질도 일반부대보다 좋았는데 덕분에 단결심과 동지애는 뛰어났다고 함.


이렇듯 이탈리아군은 물론 무능한 면이 있긴 했었어도 의외로 괜찮은 부분도 없진 않았었음. 그리고 2차대전 당시 무솔리니 정권의 이탈리아군의 무능함과 비교해보자면 1차세계대전 이탈리아군은 정말 양반임.


출처:

- 존 키건, <1차세계대전사>, 청아람미디어, 2016, p326~327, p485~487

- https://en.m.wikipedia.org/wiki/Arditi

- https://en.m.wikipedia.org/wiki/Battle_of_Vittorio_Veneto

- https://www.history.co.uk/italy-in-wwi

- https://encyclopedia.1914-1918-online.net/article/warfare_1914-1918_italy

- https://encyclopedia.1914-1918-online.net/article/arditi

- https://m.dcinside.com/board/kaiserreich/14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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