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로트의 우울
곤도 후미에 지음, 박재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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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우면 우울해할 수가 없다.

나도 15년 동안이나 강아지를 키워봐서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내 인생의 10대, 20대, 30대까지도 함께 보낸 강아지라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읽는 내내 줄곧 떠나버린 우리 '스낵'이가 생각났다. 아주 새끼일 때 입양을 해서 호호 할배견이 될 때까지 키웠기에 이 책에 나오는 '샤를로트'처럼 개의 습성이나 개와 관련된 일들 모두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산책을 좋아하는 '샤를로트'를 보며 밖에 나가자고 하면 사죽을 못 쓰던 모습이 생각나 아련했다.

이 책은 개와 관련된 작은 일상적인 사건들을 다룬 연작 단편 모음집이다. 분명히 엄청 일상적인 사건들인데 그게 한편으론 또 굉장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술술 잘 넘어간다.

두 번의 불임치료에 실패한 후 개를 키워보기로 한 마스미와 고스케 부부. 결과적으로 셰퍼드 '샤를로트'를 키운 것이 이 부부에게 큰 정서적 안정이 되었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개를 키우는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개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들을 겪게 되는데, 미소 짓게 되는 사건도 있는 반면 무서운 사건도 일어난다.

은근 탐정스러운 능력을 뽐내는 남편 고스케와 이제는 아이보다도 샤를로트를 더 사랑하게 된 듯한 마스미 부부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잘 읽혔다. 이런게 바로 일상 미스터리지! 워낙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더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어떻게 개는 없었던 일처럼 흘려보낼 수 있을까?"

"아마 개는 늘 솔직하기 때문일 거야."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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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그림자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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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재밌었어요. 이 책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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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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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숨어 있던 그놈, 안녕 펭귄^^

어린 소년이었던 주인공이 2차 성징을 겪고 그게 뭔지도 몰라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 순수했던 그날. 그 날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지겠거니 했지만 삶은 똑같았고 오히려 사회의 쓴맛만 점점 더 적나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철인 28호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보이스카우트, 아람단, 마이마이, H.O.T, 삐삐, 플로피 디스켓 대형 컴퓨터 등은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릴 때여서 직접적인 피해는 잘 못 느꼈으나 아무튼 IMF를 겪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친구들과 함께한 광장 한복판에서 모르는 여자와 껴안고 좋아서 방방 뛰었으니깐 나도 대충 이 세대가 맞지 싶다ㅎㅎ 그렇지 그런게 있었지 하며 세대공감하면서 어릴 때가 문득 그리워졌다.

남자와 여자의 2차 성징은 확연히 다르겠지만 어렴풋이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이 스멀스멀 기억이 났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무서운 느낌이 더 컸었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더 책임질 게 많아지고 삶의 무게도 무거워지고. 신체 변화가 일어난 만큼 정서적으로도 억눌릴 거라는 것을 몰랐었더랬다.

저자는 성적인 변화와 남성들만의 세계(?)를 뛰어난 비유로 유하게 풀어냈다. 저자의 일화인지 소설이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상세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펭귄이 처음 깨어난 것, 낭만이 넘치는 교회 첫사랑과의 추억, 야설을 돌려보다가 선생님께 걸려 혼났던 일, IMF 사태로 인한 아버지의 실직, 인터넷 전용선의 보급 시작, 입시경쟁과 취준생의 고뇌까지. 펭귄과 함께한 리얼 발칙 성장 버라이어티 청춘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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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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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선, 그리고 띠지만 봐서도 뭔 내용인지 파악할 수 없었던 책.. 이정명 작가의 신작 <선한 이웃>이다.

이정명 작가의 책이 처음인지라 주로 어떤 스타일의 책을 쓰시는지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읽었기 때문에 놀랍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초반 진도가 좀 느리긴 했지만 뒤로 갈수록 확실히 흥미가 더해졌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운동가들, 그리고 그들을 뒤에서 조용히 돕던 사람들, 또 다른 한편으로 시국엔 상관없이 먹고 살기 바빴던 평범한 사람들. 어쨌든 그들 모두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


신출귀몰, 동에번쩍 서에번쩍 수수께끼의 운동가 '최민석', 대사 하나 잘못 공연되어 체포, 구금된 연극 연출가 '이태주', 살기 위해 시작한 연기의 길이 정말 살기 위해 할 수밖에 없게 된 여배우 '김진아', 인생 최고의 목표를 미지의 인물 최민석을 검거하는 데에 둔 경찰 '김기준'.


선과 악, 악과 선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들의 인생 속에서 누가 '선한 이웃'이었을까.

선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단지 악과 반대되는 개념이라는 것. 이쪽이 악이면 저쪽이 선이고, 이쪽이 선이면 저쪽이 악이 되는 상황에서 이들 중 누가 선함을 담당했는지 알 수 없었다.

책을 다 읽은 이 시점에서도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이들 모두는 어지러운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당한 억울한 희생양이 아니었을까. 오늘이 현충일이라는 사실이 더 가슴 깊게 아려온다.

1980년대의 은근 대놓고 일어난 시국 사건들이나, 2010년대 요즘 일어난 국정농간 사건이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지금은 확실한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더 억울하게 당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반전과 결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씁쓸한 여운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게 최선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더이상은 나라, 정치인들에 의해 국민이 희생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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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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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었을까.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서로를 의심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씁쓸한 이야기. 이정명 작가의 필력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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