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미나토 가나에 지음, 현정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고백> 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의 소설로 유명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 여성 작가들 중에서 '기리노 나쓰오'와 함께 다크 미스터리의 대가라고 하던데 내가 읽은 대체적인 '미나토 가나에' 소설은 정말 분위기가 전부 어둡긴 했다. 초반에 이 소설은 아닌가? 그냥 일상적인 소소한 일들을 다룬 것일까? 했는데 주인공들의 심리도 그렇고 내용도 결국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인구 약 7천 명의 아름다운 항구 마을 하나사키 초. 평범한 일상을 살던 이 시골 마을에 소위 '예술가'라는 사람들이 한 곳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모여 살게 되면서 예술촌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예술촌 사람들에 의해 조용하던 마을이 점점 시끌벅적 해지는데.


가장 먼저 예술촌에 자리 잡은 도예가 '켄고'가 한 때 사귀었던 여자 사람 친구 '스미레'를 이곳으로 불러 들인다. 아름다운 곳에서 우리만의 아름다운 예술을 완성하자, 도쿄같은 도시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도기를 만들어 보자 하고 이끌었으며 '스미레' 역시 이 아름다운 항구 마을이 마음에 들어 본의 아니게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도시에서 살다가 남편 회사 전근 때문에 이곳으로 오게 된 '미쓰키'. '미쓰키'는 도쿄에서 사는 삶을 꿈꾸지만 결국 시골에서 살고 있는 자신에게 회의를 느낀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초등학생 딸이 미모도 어여쁜데다 똑똑하기까지 해서 오로지 이런 딸 '사야코'만을 바라보며 근근히 살아가는 중이다.


이곳 항구 마을 토박이 '나나코'. 대학을 도시에서 나왔지만 결국 항구마을 동창생을 만나 결혼해서 이곳에 터를 잡게 되었다. '나나코' 역시 자식이라곤 딸 하나인데 등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중이라서 모든 것이 딸의 패턴에 맞추어 돌아가게 된다.



유토피아를 찾아 헤맸던 그녀들. 특히 '스미레'는 자신의 도예 수준과는 상관 없이 그저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도기를 만든다면 무조건 잘할 것 같다는 느낌에서 직장까지 그만두고 친구를 따라왔다. 마지막에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 또다른 유토피아를 찾아 나선 그녀. 그녀에게 진정한 유토피아는 과연 어디일까. 처음부터 그런 곳이 존재하기나 한 것일까.


'악의'로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선의가 향하는 끝'을 그려보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세사람의 '선의'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들이 결국 틀어지게 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무섭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조용조용 다가오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사람들의 뒤틀린 마음. 그런 것들이 더 오싹한 법이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미나토 가나에'이니 믿고 볼 수 있는 책이다. 가독성 좋고 재미도 있다. 처음에는 이게 뭔 내용이야 싶다가도 읽을수록 빠져들고 어느 순간 앗 하고 탄식할 만한 사건도 일어난다. 결국 나는 '요즘 아이들은 무섭다.'로 결론을 내렸지만 어쨌든 세 여자가 찾아다니는 유토피아는 정해져 있는 한 곳이 아닐 수 있다. 지금 내가 여기서 행복하면 그곳이 바로 유토피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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