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뭔가 친근한 제목과 귀여운 표지와는 조금 다르게 전문용어가 꽤 등장하고 경제지식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중간중간 조사 지역의 생활들이 재밌는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했지만 어쨌든 부제처럼 아프리카 도시민 사회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자본주의,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다룬 경제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주로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홍콩 청킹 맨션, 중국에서의 자유경제 사회를 조사하여 그들의 '하루 벌어 살기'에 관해 다루고 있다. 다 읽은 지금도 나는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들의 삶에도 일리는 있었다.


탄자니아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는 '필요하면 구입한다'기보다 '필요에 쫓길 때까지 사지 않는다'는 뜻을 기본에 두고 있단다. 비가 오기 전에 우산을 파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오기 시작하면 우산을 파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충동구매가 절대 있을 수 없다.


또한 탄자니아의 도시에서는 일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길가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귀찮은 일을 되도록 뒤로 미루는 삶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가치관이 다른 나 같은 사람들은 혹시나 일자리를 구하다가 얻지 못하면 하루종일 도서관에 박혀 취업준비를 하거나 오늘 할 일은 미루지 말자며 계획부터 세우고 있을 게 뻔하다.


중국에서 모조품이 유행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합법이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생존 논리와 모순되는 주류 경제와 대비되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중국 산자이 기업에는 '그날그날 살아가는 삶'을 기본으로 끊임없이 시험 해보고 벌이가 안 될 것 같으면 물러나는 전술을 사용한다.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과거도 돌아보지 말고 오늘 하루 그날그날 시도하고 안 되면 또 포기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미래를 준비하고 끊임없이 계획하며 도전한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냥 단지 하루 벌어 살기에는, 그리고 노력해서 만든 물건을 복제해서 파는 것이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어쨌든 그런 경제와 사회 문화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삶에도 배울 점은 있다. 저자가 오늘을 사는 삶을 길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듯이 나에게는 지금 현재를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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