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2014년에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인데, 이번에 SBS 월화 드라마 <사랑의 온도>로 방영되면서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구판 표지를 찾아봤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개정판 표지가 더 따뜻하고 좋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소설은 그리 따뜻한 소설은 아니다. 남녀 간의 엇갈리는 사랑이 읽는 내내 안타까웠는데 결말은 더 씁쓸하다. 사랑이 이루어지고 혹은 안 이루어지고를 떠나서 마지막 장을 덮은 후 그냥 가슴이 먹먹해졌다.


PC통신이라는 피상적인 만남으로 시작된 '온정선'과 '이현수'. 피상적인 만남으로 시작되었지만 그들의 인연은 결코 피상적이지 않았다. 첫눈에 반한다는 믿지도 못할 설정으로 서로에게 빠져든 남녀. 그런데 계속해서 그들의 타이밍은 엇갈리기만 한다.


'현수'의 오래된 친구인 '지홍아'. '홍아'는 부잣집 딸에다가 예쁘고 거기다 총명하기까지 한 정말 옆에 두고 싶지 않은 친구 역할이다. 그런 옆에 두고 싶지 않은 친구는 진짜 그냥 옆에 두지 말았어야 했다. '현수'의 무던한 성격이 '홍아'와 오랫동안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지만 난 정말 그런 별 도움 안 되는 친구는 별로 갖고 싶지 않다.


여기에 또 첫눈에 반한다는 믿지도 못할 설정으로 등장한 남자가 있는데 바로 사업가 '박정우'이다. '현수'를 보고 운명을 느껴 끊임없이 구애하는 남자인데 사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선'보다는 '정우'에게 더 끌렸다. '박정우'의 말대로 여자는 자신이 더 사랑하는 남자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좋다


PC통신에서 '착한 스프'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남자 '온정선'은 너무나 자유분방하여 아들에게까지 자유로웠던 엄마에게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들에게 그렇게 마음대로 할 거면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살던가, 은근히 쓸데없는 부분에서 아들에게 집착을 하고 사랑보다는 빚을 물려주는 그런 엄마 밑에서 '정선'의 사랑 개념이 온전하게 성립되는 게 가능했을까.


'내 인생에는 한 여자밖에 없다' 라는 잘못된(?) 관념이 네 남녀를 비참한 운명에 빠뜨리고 말았다.


요리를 할 때에는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다. 불의 세기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사랑에도 온도가 필요할까? 한 쪽이 너무 세서, 또 한 쪽이 너무 약해서 아니면 적당한 온도였을 때 만족하지 못해서 사랑은 엇갈린다. 이들의 맞지 않는 타이밍들도 그러한 것들이었다.


네 남녀의 엇갈린 운명. 중간중간에 심쿵하는 장면들이 몇몇 나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슬픈 내용이었다. 드라마도 약간 애절한 쪽으로 가려나. 이 작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닥터스>를 너무 재밌게 봤었다. 그만큼 책도 기대했는데 역시 유명한 드라마 작가라서 그런지 가독성이 뛰어나고 느낌도 좋았다.


벌써 초가을이 성큼 다가온 요즘. 노을 지는 가을 하늘에 서늘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그런 날 어울릴만한 책이었다. 드라마도 꼭 보려고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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