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워낙 미술하고는 관련이 없다보니 사실 부끄럽지만 '게르니카'가 뭔지도 몰랐다. 미술계의 거장 '피카소'가 남긴 대작이라고 하니 표지의 '게르니카'를 보며 '아, 이게 그 미술작품이구나.' 감탄했다. 전쟁의 공포를 그린 작품. 죽은 아이와 그 아이를 안고 절규하는 어머니, 울부짖는 말과 무서워하는 눈빛으로 돌아보고 있는 소, 죽은 병사와 도망치는 여인들까지. 하나하나 곱씹어 보면 참 무서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오키상' 후보작>, <'서점대상' 후보작>, <2016 '미스터리 베스트10'>, <'다 빈치' 플래티넘 서적>, <R40 서점 대상 수상> 이 책에 붙어 있는 수식어들이다. 그만큼 대단한 책이라는 뜻이다. 비록 후보작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오키상' 후보에도 올랐고 대상도 수상했다. 저자 '하라다 마하'는 실제 미술사과를 졸업하고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스페인관을 위한 자리를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화가 '피카소'에게 발주한다. 거대한 캔버스를 며칠 동안 하얀 백지로 손도 못 대고 있던 '피카소'는 고향 스페인의 소도시 '게르니카'에 공습이 일어났다는 뉴스와 신문을 접하고 분노에 휩싸인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무엇이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는가.


무너지고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와 켜켜이 쌓인 시체들의 사진을 보며 신문을 갈기갈기 찢고 밟아버렸던 '피카소'는 문을 걸어잠그고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게르니카'. '피카소'의 미술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대작이 탄생한 것이다.


그 이후 2003년, 일본인 '요코'는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유학했던 미국 뉴욕에서 만난 '게르니카'를 잊지 못하고 미술학자가 된다. 아시아인 최초로 MoMA의 큐레이터가 된 '요코'에게 일생 최대의 위기가 닥치는데.. 2001년 일어난 9.11 테러의 복수로 대이라크 전쟁 공표를 하는 곳에서 뒤에 배경처럼 걸려있던 '게르니카'의 태피스트리에 암막이 쳐져 있던 것이었다. 누가 그림을 가리라고 시켰으며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요코'가 범인으로 몰린 가운데 '피카소'의 작품들을 전시하고자 했던 계획을 어떻게든 실행하기 위해 요코는 '피카소'의 고향 스페인으로 향한다. 전쟁의 공포와 잔인함, 모든 참극을 그대로 캔버스에 담았던. 아니 캔버스의 그림 그 자체가 참극의 실상임을 보여주었던 '피카소'. "예술은 장식이 아니다. 적에게 맞서 싸우기 위한 무기다."라고 말할 만큼 작품에 사회와 시대를 그대로 반영했던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는 아직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서스펜스 소설이지만 뭔가 '피카소'의 예술인생 한 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미술사 같은 책이었다. '게르니카'의 실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피카소'의 다른 작품들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피카소'의 논픽션과 '요코'의 픽션이 함께 어우러져 재미난 이야기가 탄생했다. 암막의 게르니카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에서의 결말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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