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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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스럽고 미스터리한 황희 작가의 신간이다. 표지의 빨간 하이힐과 그것을 신고 있는 듯한 까만 그림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한 사람의 분신인 듯한 구두와 그 곳에 들어가고자 하는 영혼.


남의 몸을 뺏어 그 사람인 척하고 살아가는 저쪽의 존재들이 우리들의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원한이 깊은 영혼들이 다른 육체에 들어가서 원래의 그 사람의 정신까지 지배하고 마치 그 사람인마냥 살아가는 이야기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소설이 흔히 그렇듯 읽다보니 왠지 진짜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치매 노모와 함께 살아가는 일러스트레이터 '희주'. 치매 엄마는 그녀를 '란코'라는 이름으로 부를 때도 있고 심지어 아가씨 때로 돌아가 자식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희주'는 유일한 혈육인 엄마를 지극히 모시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데.


자주 싸우지만 서로 너무나 아끼는 '주미'와 '나영' 자매. '곽새기'라는 이상한 남자에 의해 쫓기면서 노숙 생활을 하고, 이전에 '주미'와 사랑했던 사이인 '시현'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주미'를 찾아 헤맨다.


일본인 '란코'는 표독스러운 시어머니와 다쳐서 거동이 불편하여 매일 누워만 있는 남편과 함께 살아간다. 오로지 자신의 어린 아들만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을 견디는데.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여 자식을 죽이고 본인도 자살한 어머니의 혼, 미친 남자를 만나 억울하게 죽은 여자 등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던 영혼들이 심신이 미약해져 있는 어느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굉장히 색다른 매력의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그리움을 쫓아 떠났지만, 그리움을 쫓아 남게 된 사람들.


이 세상 미련 버리고 훌훌 떠나면 좋겠지만 또 얼마나 억울했으면 떠돌아다니고 그것도 모자라서 남의 몸에 붙어서 살아갈까. 그렇지만 다른 면에서 생각해 보면 원래 남아 있는 육체의 사람도 불쌍하다. 전체적으로 불쌍한 사람들의 얽히고 설킨 인연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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