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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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인생을 살았던 북한 특수부대원 출신 여성의 이야기.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지만 이 소설은 단지 이 한마디로 결정짓기엔 부족하다.

콜롬비아 마약 밀매상으로 정부까지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떡 주무르듯 하는 '메데인 카르텔'. 여기서 '카르텔'이란 '담합'을 뜻하고 따라서 '메데인 카르텔'이란 그러한 뒷골목 조직의 이름을 말한다.

북한 특수요원에서 어쩌다가 콜롬비아로 흘러 들어가게 된 여성 '권순이'. 이 여자는 북한 특수부요원답게 굉장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웬만한 남성들보다 더 잔인하면서도 든든하다. 실제 북한 특수부요원들은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잔인하게 죽여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까? 그냥 생각만 해도 무섭다.
아무튼 '메데인 카르텔'에서 돈을 받고 용병일을 하던 어느 날, 이들이 관리하는 일명 '동물농장'의 농장 부부가 목이 잘린 채 살해되고 이들의 외동딸 '리카'가 인질로 발견된다. '리카'를 적의 소굴에서 빼내온 순이는 열세살 밖에 안 된 이 소녀를 지키고자 마음먹게 된다.

그러나 이 소녀는 부모님을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위험한 다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거기에 더해  '메데인 카르텔'을 무너뜨리기 위한 누구인지 모를 무서운 손길이 점점 이 조직에게 향해 온다.
콜롬비아에 실제 존재하는 조직이었단다. 조직의 수장 '파블로'가 사살당하고 지금은 '칼리 카르텔'이라는 조직이 그 뒤를 이어가고 있다는데, 안 이어가도 될것을.. 어렵게 소탕한 마약 밀매조직은 그 불이 쉬이 꺼지지도 않는다.

실제 있는 조직이라서 그럴까. 어쨌든 이만큼 써내는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싶다. 정말 그 조직에 몸담아 보기라도 한 듯 자세하고 치밀한 사건들과 그의 묘사는 데뷔작이라고 하기 놀라울 정도였다.

이런 영화가 있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영화화하기 딱 좋다. 콜롬비아의 그런 어두운 생태 구조나 아직도 진짜 존재하는지 믿을 수 없는 북한 특수부요원의 이야기가 너무나 생생하고 세밀하여 눈에 그려지는 듯 했다.

잔인하고 냉정하게 훈련받은 개 같은 운명이었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던 '권순이'. 평범한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그냥 좋아하는 일 하면서 체력을 주체하지 못해 운동이나 배웠을 그녀가 이런 혹독한 삶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소녀 '리카'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순이'는 소녀와 함께 스위스로 떠날 수 있을까. 이 모든 일의 배후는 누구일까.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가독성 뛰어난 영화같은 이 소설은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순간순간 나의 묵은 답답함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책이었다. 요런 스케일 큰 한국소설이 꾸준히 나오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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