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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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큼이나 강렬한 내용의 책이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이 눈에 자주 띄던데 그 책의 작가가 쓴 신작이 출간되었다.

'코뿔소를 보여주마'

누구에게 어떤 뜻으로 하는 말일까.
코뿔소의 뿔은 아무리 잘려도 죽기 전까지 자라는 것을 멈추지 않는단다. 끝없이 자라는 코뿔소의 뿔처럼 죽기 전까진 포기할 수 없었던 그 마음.

절대 이해해선 안되지만 나도 모르게 이해하는 심정이 더 컸던 사건의 동기들은, 어지러운 나라에서 태어나 아무 죄 없이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하나같은 마음이었다.


총선에 관심이 있는 현직 변호사 '장기국'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다. 이 사건을 베테랑 형사 '최두식'과 범죄심리학자 '오수연'이 담당하여 범인을 좇게 되는데 그 사이 범인은 단테의 <신곡> 속 지옥의 문을 형상화하여 장기국의 의식을 치르는 동영상을 보내온다.

결국 장기국의 시체가 발견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냉혈한 '홍준혁' 검사가 사건에 투입되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군사정권의 폭압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인 1986년. 수많은 시국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속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고문과 죽임을 당했다.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나라에 반기를 들어야만 했던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끌려갔던 사람들, 그들의 자녀들이 겪은 고통과 한숨의 세월들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사람이 사라지고 어떻게 되었는지 가족조차 모르는 실상이 있었다는 것은 그것이 알고싶다 속 먼 세상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오히려 소설을 읽고 그 사건들에 대해 더 관심이 생기고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는 형사, 범죄심리학자, 검사의 인생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우한 환경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온 그들의 삶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시국사건들에 더욱더 감정이입이 잘 되었지 않을까.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추리 소설이라고 단지 재밌게 읽었다기에는 묵직한 주제와 상처 입은 존재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게 남는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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