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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유쾌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을 많이 쓴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무코다 이발소>
한때 탄광 도시로 번성했지만 날이 갈수록 여느 시골 마을과 같이 쇠락해져버린 지역 '도마자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무코다 이발소'의 주인 야스히코 아저씨는 아버지의 이발소를 물려받아 25년째 운영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도시로 나가있던 아들 가즈마사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도마자와로 내려와서 이발소를 이어 받겠다고 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요, 우리 고향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 이대로 가다 젊은 사람이 싹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어. 할아버지 할머니만 남은 동네가 되다 못해, 나중에는 아예 없어질 거라고. 그건 안 되는 일이잖아. 나, 아버지 뒤를 이어 무코다 이발소를 맡을 거야." -p.13
젊은이는 거의 다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도 몇 명 남아있지 않은 미래 없는 시골 마을에서 도대체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야스히코는 불안하기만 하다.
사실 시골 마을을 살려야 하는게 맞지만 나는 왜 계속 야스히코의 말에 더 공감을 했는지 모르겠다. 마을을 살리겠다고 부임한 사사키 면장을 비롯하여 함께하는 몇몇 청년단들이 뭔가 철이 없어보였다고 해야 할까. 내 자식이라면 더욱 말렸을것 같다. 고향 시골 살려보겠다고 노력하는 마음은 가상하나 탁상공론이었지 않을까. 그렇다고 시골을 내팽겨쳐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했다.
잔잔하기만 한 소설은 아니었다. 일상적인, 또는 일상적이지 않은 여러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은 소설이었다.
시골에서의 삶에 관하여, 나이듦에 관하여, 국제결혼에 관하여.. 여러 가지 주제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었다. 작가는 던져줄 생각이 없었을지 모르나 나는 읽는 내내 쓸데없이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자꾸 생각이 많아졌다. 이 책은 단지 유쾌하기만 한 소설도 아니었다.
도시로 도시로만 향하는 사람들과 시골을 살려보겠다는 사람들, 아픈 아버지가 계시면 현실적으로 생각할수 밖에 없는 자식들, 편견은 아니라고 주장하나 어쩔수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골 노총각들의 국제결혼, 소박한 마을에 약간의 변화만 일어나도 동요하는 시골 주민들 등등.
"실은 우리도 좀 그런 것 같아. 아버지가 쓰러질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나나 어머니나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좀 진정이 되면서, 여든이 넘었으니 그만 하면 다 누리신 게 아닌가 하고 인정되는 부분도 생기더라고. 사실 내가 걱정하는 건 뒤에 남은 어머니지, 아버지는 때가 되어서 저승사자가 왔다. 뭐 그런 느낌이야." -p.107
개인 사생활이 없는 시골의 특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쭉 살아온 탓일까. 나는 누군가가 너무 내 개인생활에 간섭하려고 하면 거부감부터 든다. 시골은 이웃간의 정이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좋은 점도 있기 마련이다. 시골 마을에 사는 독자가 이 책을 읽었다면 또 어떤 다른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결말에서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하여 다행이다 싶었다. 내내 부정적으로만 봤던 아들 가즈마사의 또 다른 면을 보면서 미래가 불확실한 이 시골 마을에 그래도 조금은 가능성이 남아있지 않을까 갑자기 생각이 전환된 부분이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 가독성이 좋고 두께도 적당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인구가 점점 줄어가는 마을 '도마자와'. 실제 있는 마을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속 도마자와는 따뜻한 이웃들간의 온기 덕분에 없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