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마을의 진실

드래곤플라이 ㅣ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표지가 분홍분홍한게, 끔찍한 살인사건이 나오는 추리소설이라곤 생각지도 못할 이쁜 책입니다. 표지에 연연하는 저로선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꼭 어둡고 피보이는 표지보단 이런 이쁜 표지의 책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그러나 사건의 실상은 표지와 다릅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쁜 표지였던 반면 내용은 각종 비리와 안타까운 사연들로 답답했거든요. 처음에는 단지 악덕 기업의 나쁜 행동으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중반 이후부터 주인공들의 개인적인 사연이 드러나면서 이전보다 더욱 답답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한 남자가 자동차를 몰고 산속을 달리다가 전혀 모르는 곳으로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조난을 당하게 됩니다. 정신을 차리고 완만한 낭떠러지 위로 올라간 남자는 경악하는데요. 분명 산속에서 겨우 올라왔는데 그 곳에 도쿄 자신의 집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포함하여 주인공 '이즈미'가 죽은 '유스케'와 대화를 하는 등 환상과 현실의 경계모호한 내용들이 번갈아 나오면서 스토리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이즈미'는 어린 시절 같은 동네의 오빠들인 '유스케', '겐'과 남매같은 우정을 키워 갑니다. 어느날 '이즈미' 부모님 살인사건을 계기로 셋은 헤어지게 되고 성인이 된 후 '유스케'가 끔찍하게 살해된 채 발견이 되는데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의지하던 친구마저 잃은 '이즈미'에게 죽은 '유스케'가 전화를 걸어 옵니다.

전작 <데드맨>에서 활약한 '가부라기 특수반' 팀이 유스케 사건을 계기로 다시 모입니다. 뛰어난 직감을 지닌 대장 '가부라기', 다혈질이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대포로 밀고 나가는 의리남 '마사키', 잘생긴 매력쟁이 '히메노', 냉정한 분석가 '사와다'. 이들의 케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데드맨> 때는 보면서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죠ㅎㅎ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또한 범인은 누구이고 진실은 무엇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제일 주인공이었던 잠자리의 실체는 무엇인지. 궁금해서 손에서 놓지 못하고 빠져서 읽었어요. 안타깝고 찝찝한 내용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데드맨>보다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형적인 일본 추리소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