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봄은 맛있니
김연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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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표지에 꽃이 날리고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대충 봐서 그런지 마냥 이쁘다고만 생각했어요. 날리는 꽃 아래 선인장이 박혀 있는 소녀가 있다는 것은 뒤늦게 알았죠. 아름다운 바탕 속에 가려진 쓰디쓴 내면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이 책은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김연희 작가의 소설집입니다. 사실 김연희라는 작가분의 이름은 처음 들어봐서 생소했어요. 오로지 표지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이었지요. 책을 꾸준히 몇시간 동안 앉아서 읽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단편이고 얇은 책두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런 사소한 이유로 책을 선택했다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이 책은 너무나 심오하고 깊은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약간 저의 이해력이 못 따라가서 난해한 단편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 읽고 나서 잠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스타일이더라구요.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사람>, <블루 테일>은 2013년에, <너의 봄은 맛있니>와 <[+김마리 and 도시]>는 2014년에 차세대예술인력육성사업 문학 분야에 선정되었다고 해요. 주로 단편을 쓰시는 것 같고.. 차세대 예술인에게 주는 상을 받으신 만큼 더 놀라운 발전을 하실 수 있을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나이도 직업도 처해 있는 상황들도 모두 다른 여덟 명의 여자가 각 단편마다 나옵니다. 여자들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아요. 스토커 같은 남자친구와 혼전임신을 한 친구 사이에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알아가는 여자, 이혼한 전남편에게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가는 여자, 모든 것을 휴대폰 검색을 통해 알아내는 습관을 가진, 비정상적인 여고생들의 뒷바라지를 돈때문에 하고 있는 여자 등등..

줄거리로 쓰자면 다 옮길 수 없는 기괴하고 섬뜩한 내용들이 단편마다 나오지만 어쩌면 이런 상상들과 내면의 곤경들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삶의 일부분이 아닐까요. 특히 여성들의 심리와 내면의 어려움들을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었습니다.

삶의 어려움들과 불안한 심리들을 그려내었다고 해서 마냥 어두운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의 소리들을 듣고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면들이 조금씩 보였으니깐요. 열린 결말들에서 저는 그런 희망들을 조금씩 찾아 냈습니다. 자신의 앞길을 좀 더 밝은 곳으로 이끌고자 발버둥치는 모습들을 통해 가능성이 보였거든요.

선인장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시를 지니고 있지만 그것은 강인한 생명력의 표시입니다. 그런 강인한 면을 지닌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그려내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불안, 열등감, 자괴감 속에서도 가시를 피워 끝끝내 살아남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들의 삶에 빛이 비추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선인장이 몸에 피어 있는 소녀처럼 강인한 가시로 곤두서 있는 제 위에도 이제는 꽃이 내려앉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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