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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이태리로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나라에서 5년째 살고 있는 언니가 가이드를 해주기로 하고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죠. 처음 가 보는 유럽이라 모든 것이 환상적으로 보이고 거의 모든 벽마다 칠해져 있는 낙서들조차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니는 그 나라의 풍경이든 낙서든 모든 것이 다 일상이기 때문에 이미 그 속에 녹아들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유럽에 사는구나 멋지다 했다가 낙서와 쓰레기들이 더러워지기 시작했다가 이제는 그것들이 고향의 느낌처럼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살던 주인공 '마후유'는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한 후 트라우마를 갖고 어머니와 함께 다시 일본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학대는 끊이지 않고 발음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자 일본에 대한 반감만 높아지게 되죠.
도망치듯 다시 돌아온 곳이 뉴욕입니다. 뉴욕에서 살면서 우리 언니가 느꼈던 삶의 적응을 경험하게 되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 결혼하고 행복한 삶을 다시 꿈꾸게 됩니다.
"너의 곁에 가는 사람들은 모두 불행해져." 이 말은 술마신 어머니가 항상 마후유에게 하던 말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그 말대로 이루어지듯이 결혼한 사람이 결혼 첫날 사고로 죽게 됩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자식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말을 자신의 안식처인 부모님에게서 계속해서 듣고 자란 마후유의 마음은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까요. 그런데 이 주인공이 참 대담하고 강한 여자입니다. 힘든 상황으로 속은 썩어빠졌지만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나쁜 생각을 하는 대신 주변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알록달록한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내용 역시 좋았습니다. 미친듯이 흥미롭다기 보다는 잔잔한 깨달음을 주며 술술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자연과 공생하는 인디언의 삶에서부터, 고난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의지까지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의 삶은 배울게 많더라구요. 주인공처럼 인생에서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가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