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2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5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제 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2015년 일본 서점대상 2위.
2015년 일본 최장기 베스트셀러.

이 작품에 붙은 수식어이다.

사실 나오키상이라면 나는 믿고 본다. 용의자 X의 헌신, 이유, 4teen 등 작품성뿐 아니라 재미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작품성은 있는지 몰라도 재미가 없는 것도 많이 읽어 보았다. 이 책은 전자에 해당한다. 작품성은 놀랍고 재미는 보장한다.
읽으면서 '나오키상답다.'라는 생각을 했다.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고 무난하면서도 가슴에 남는다.

"나는 이 세상에 왼발부터 등장했다.
어머니의 몸 밖으로 살짝, 정말 살짝 왼발을 내밀고, 이어서 머뭇머뭇 오른발을 내밀었다고 한다."


괴상한 성격을 가진 어두운 누나 덕에 태어날때부터 사랑을 받은 주인공 '아유무'. 아유무는 누나와 어머니의 전쟁 속에 자신을 지키고자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간다.
1편은 그런 아유무의 인생 상승 곡선을 그렸다면 2편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유무의 모습을 그려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굉장히 사소한 인생인데 마치 각종 사건을 맞닥뜨리는 영화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아니, 많은 사건, 사고가 그의 인생에 있는데 사소한 일상처럼 그려낸 작가의 능력일 수 있겠다. 그 인생을 들여다보며 나의 옛 시절, 현재, 훗날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힘도 지닌 작가의 필력이 부러웠다.

어릴 때 했던 생각과 행동들, 그때는 나의 일생일대를 결정 짓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과 고민들을 떠올렸다. 나는 아유무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그가 아닌 나의 인생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어릴 때는 한없는 사랑을 받다가 서른 즈음 일과 연애로 추락하면서 겪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비슷하게 경험해봤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분명 이 작품은 한 남자의 주변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들과 생각들, 가까운 인물들의 변화에서 온 인생의 물결에 대해 그렸기에 그것을 읽은 독자들 역시 그에 따른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독자 각자의 인생에 따라 중요시하는 부분, 머리속에 남는 부분이 모두 다를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의 타락한 서른 즈음보다 이혼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 이전의 인생이 더 마음에 아련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어릴 때 어떤 생각을 주로 했고 어떤 사람들과 무슨 일을 할 때 행복했을까.'

제목 '사라바'는 아유무 가족이 이집트에서 잠깐 살았을 때 아유무가 제일 의지하고 친하게 지냈던 이집트 소년 '야곱'과 만든 일종의 암호이다. 원래 '사라바'는 일본어로 '안녕'이라는 뜻이지만 둘은 '사라바'를 '안녕'이란 의미뿐만이 아니라 '내일도 만나자.' '잘 있어.' '약속이야.' '굿럭' '갓 블레스 유.' '우리은 하나야.'와 같은 모든 좋은 의미를 내포하는 마법같은 말이 되었던 것이다.

야곱을 다시 만나 '사라바'를 말하기까지의 아유무의 인생을 영화로 보는 것처럼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 '사라바'. 별 기대 없이 만났던 한 남자의 인생은 삶에 찌들려 살던 서른 즈음 나의 길에 잠시나마 휴식을 준 오아시스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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