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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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 작가의 책은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등 추리, 공포 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하지만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다른 여느책과 마찬가지로 묵은지로 묵혀져 가는 중..ㅜㅜ

<고시원 기담>을 읽고 나니 이전 책들도 얼른 꺼내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만큼 이번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가독성도 좋고 마무리까지 깔끔한 것이 딱 내 스타일이었다.

그 옛날부터 온갖 사건 사고는 다 겪은 `고문고시원'. 원래는 `공문고시원'이었는데 '공'의 이응자가 떨어지면서 고문이 되어 버렸다고.. 무시무시한 이름만큼이나 이 고시원에선 온갖 사고로 죽어나간 사람이 수두룩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운영은 하고 있으니 총무를 제외한 총 8명의 사람이 이 고시원의 3층에 옹기종기 모여 근근이 삶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1평 남짓한 방에 침대, 책상을 꼬깃꼬깃 넣은 답답한 배경에서도 사람들은 꿈을 꾸고 인생을 살아간다. 8명의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각각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고시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순수하게 고시공부를 하는 여자, 99번의 취업실패를 겪은 무협지마니아, 상대를 죽이는 시뮬레이션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게에서 매일 죽는(?) 역할을 하는 중년알바생, 초능력을 쓰는 외국인노동자와 킬러 여중생까지.

뒤로 갈수록 뭔가 비현실적인 인물들과 내용이 이어지긴 했지만 이 책에서 이건 중요한게 아니지 싶다. 현실적인 삶을 사는 사람부터 어딘가 비현실적인 삶을 사는 사람까지 모두들 자신의 인생에 짐을 하나씩 짊어지고 이 환상 이야기 속에 동참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들의 발목을 붙잡던 유령들의 모습은 진짜 귀신이라기보다 이들이 인생에서 떨궈버리고 싶었던 자신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공포, 미스터리, 환상적인 이야기들 속에 재미와 깨달음을 모두 담고 있는 이 책! 이런 책을 쓰는 이야기꾼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 책을 읽으며 예전 실제 일어났던 고시원 살인사건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다시금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 책은 밤에 읽으면 안되겠다. 밤에 스탠드불에 의지해 읽는데 너무 무서웠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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