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어 스튜던트 - 어느 늦깎이 휴머니스트의 청춘리뉴얼 프로젝트
로저 마틴 지음, 노진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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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만큼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꽝 울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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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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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꽤 흥미로운 여행서를 읽었다.

파리, 프라하, 피렌체, 교토, 스코틀랜드 등등 

여행에 별 흥미가 없는 사람도 좋아할 만한 세계 곳곳의 도시들만 골라 다니며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여행하는 전직 기자의 이야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는 일종의 '머무는 여행'인데,

이 사람의 여행에는 다른 특별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무언가를 배우며 여행한다는 것!

아, 이 얼마나 로망적인 이야기냔 말이냐.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가가 요리사가 되기 위해 쿠킹 클래스에 등록하고

양치기가 되기 위해 보더 콜리(양치기 개) 조련법을 배우고

정원사가 되기 위해 먼 프랑스 남부까지 날아간 것은 아니다.

그저 그녀는 자신이 그런 것들에 흥미를 느끼기에 그것을 배우려 한 것뿐이다.

그녀가 말하는 '순간에 충실한 삶'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 과정에 대해 세밀하게 풀어놓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자신의 수업 얘기 대신

뒷골목을 탐험한 이야기, 거기서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만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니까 여행을 하고 여행지의 사람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삶 속으로 쑥 들어가보라는 것이다.

그냥 사람들만 만나지 말고 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그곳의 문화를 배우라고.

그래서 그녀는 3주간의 요리 수업을 통해서 프랑스인들이 어떻게 규율을 지키는지,

길을 막고 서서 이야기하는 이태리 사람들이 프랑스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느껴 간다.

그러면서 인생을 오래 살아온 사람답게 인생에 대해 새겨들을 만한

몇 가지 메시지도 슬쩍슬쩍 흘려놓는 의뭉스러운 솜씨라니...

(젊은 작가인 줄 알았는데 적어도 50은 넘었을 것 같다)

 

여행도 좋아하고 덕분에 여행서도 꽤 읽는 나로서

일기장을 옮겨 놓은듯한 요즘의 여행서가 정말이지 지겨웠다. 

그럴듯한 사진과 함께 어떤 카페에서 무엇을 먹고 어떤 커피를 마시고, 

여행을 떠나기전 반복되는 삶이 너무나 루틴했다는 불평을 늘어놓고,

혹은 끝나버린 사랑의 아릿한 추억에 대해 혼자 쓸쓸해하고.

개인 블로그에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들... 

에세이인지 사진집인지 모를 꾸밈새...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빌 브라이슨이나 에릭 와이너, 피터 메일처럼 대단한 달변가는 아니지만,

글로써 여행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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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 - 우디 앨런 단편소설집
우디 앨런 지음, 성지원.권도희 옮김, 이우일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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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머러스하고 지적이고  통찰력 깊은 작가가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한 우디 앨런 말이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 개그 작가와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썼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이렇게 (글로써) 능수능란하게 사람을 웃고 울리는 글쟁이였는 줄은 미처 몰랐다.  

이 책에서 우디 앨런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기상천외한 소재를 통해 현대인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매끈하게 잘 닦인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아주 작은 먼지 하나를 보고도 

천일야화보다 더 깊고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고나 할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를 한 번 보라.  

니체가 쓴 다이어트북이 발견됐다는 말도 안 되는 가정에서 이야기가 출발하지만  

그 속에는 온갖 철학자의 사상과 역사를 통해 현대인의 식습관을 풍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이가 고급 사립 유치원 입학을 거절당하는 것에서  

그 아이는 물론 한 가정이 몰락의 길을 걷는 이야기 '탈락'은  

우리나라의 사교육 제도를 비비꼬아 우스꽝스럽게 비판하는 것 같아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다.   

사실 우디 앨런의 이런 모습은 이미 그가 연출한 영화에서 오롯이 드러나지만 

최근 몇년동안 국내에 개봉된 그의 영화들은 

(에니씽엘스, 매치포인트, 스쿠프, 내남자의아내도좋아 등) 그의 전작에 비해  

대중에게 매우 친절하고 다소 소품적인 영화였기에 한편에서는 그를 만만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우디 앨런의 진면목을 알고 싶다면, 고만고만하고 간간한 요즘 소설들에 지쳤다면,  

우디 앨런의 이 '조롱보다 더 진한 농담'을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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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잊어버린 아이들
칼 세르만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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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삼촌과 함께 사는 친구들을 한참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삼촌들의 방에 들어가면 항상 신기한 물건들이 즐비했고 친구는 자기가 마치 그 삼촌인양 함부로 만지지 말라며 어찌나 유세를 부리던지... 하지만 그보다 더 부러웠던 것은 그네들의 삼촌이 해 준 얘기, 삼촌이 써 준 편지 같은 것들이었다. 동화책 속의 한 장면처럼 나란히 소파에 앉아 조카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풍경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의 저자후기를 읽는 순간(책을 사기 전 나는 항상 표지에 적힌 글은 물론 저자후기와 (역서인 경우) 역자후기를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어렸을 때의 그 기억이 떠올랐다.


책을 쓴 칼 세르만은 자신이 대부(代父) 노릇을 하고 있는 친구의 딸 알레나에게 날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알레나가 그 이야기들이 모두 진짜냐고 물었다. (솔직한 건지 냉정한 건지) 세르만은 물론 아니라고 대답했다. 알레나가 실망했을 것은 자명한 일! 그러나 세르만은 여느 어른들과는 달랐다. 대녀(代女) 알레나를 위해 정말로 세상의 진귀한 이야기를 찾으러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대단한 열정과 사랑이다. 단순히 자신의 흥미나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 그것도 남의 아이를 위해 그런 일을 벌일 정도의 사람이라면 한번 믿어 봐도 되겠구나 싶어 책을 샀다. 그리고 역시 그 믿음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에는 서른 가지 다른 빛깔을 띤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빠를 잃고 엄마와 함께 농장(사실 농장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규모가 작지만)을 꾸려 나가는 아이도 있고, 노벨문학상을 노리는 꼬마 작가도 있고(이 아이가 쓴 소설은 정말 어린아이가 썼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었다), 물개들에 둘러싸여 자연과 함께 사는 아이도 있고, 학교에 가고 싶은데 집안이 가난하자 절의 행자 노릇을 하며 승원에 다니는 아이도 있고... 그렇게 시간도 이 아이들을 잊고, 아이들도 시간을 잊고 저마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특히 아이들의 삶을 그리는 데 자신의 시각을 너무 깊이 드러내지 않는 저자의 태도(이것이 내공이라는 것이 아닐까)와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해맑은 아이들과 그 가족의 모습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사진(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 바로 세르만의 친구이자, 알레나의 아빠이다)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값지게 한다. 오랜만에 가슴 가득 기쁨으로 충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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