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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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F동화-신기한 로봇 ‘리보’와 ‘앤’
로봇이 등장하는 세미 SF동화 느낌의 책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로봇이 등장해서 미래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 현재와 닮아있는 바이러스 전파로 인해 모든 게 멈춰버린 도서관의 이야기 얼개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2. 코로나 초기의 우리들, 특히 아이들
‘늦은 밤까지 전원이 켜져 있는 게 처음이라 무얼해야 할지 몰랐’고 밤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었’던 리보와 앤처럼,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사회 시설이 문을 닫고 타인과의 소통이 차단된 날들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특히 어린 아이일수록 단절감을 더욱 심하게 느꼈겠지. 리보와 앤이 그랬듯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적고 정보의 양도 적은 그들은 사회적 약자이기에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아야 했다. 이야기를 읽으며 현실이 겹쳐져 보였다.

3. 멈췄을 때 알게된 소중함
거리두기와 다중 시설 운영 중단 등 모든 것이 멈춰진 채 시간만 흐르는 동안 우리가 알게 된 것은 관계의 소중함과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특히나 평소 크게 의식하지 못했던 사회적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알쓸인잡>에서 김상욱교수님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는 오히려 ‘물리적 거리두기’가 의미상 더 적절하며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사회적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연대하고 함께 해야 할 필요를 더욱 느끼게 되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셨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대에 곁에 있는 사람들이 보내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가 힘이 되는 경험은 모두가 해봤을 것이다. ‘리보’와 ‘앤’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모습에, 등교도 하지 못한 채 집에만 갇혀있다시피 했던 아이들의 2020년 봄이 겹쳐보였다.

4. 그리움과 하이파이브
이야기를 읽는 내내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 끝나지 않은 그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게 우리가 아닐까?
너무도 사람 같은 리보가 도현이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은 이 소설 속 최고의 장면이었다. 이야기 속 하이파이브는 단순히 손바닥을 맞대어 부딪치는 행동을 넘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읽는 행위 그 자체였다. 둘의 하이파이브는 내 가슴을 지르르 진동하게 했다.


길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나의 이야기였고 주변의 이야기여서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로봇의 이야기였지만 사람의 이야기였고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리보와 앤이 아이들로 붐비는 도서관에서 늘 그랬듯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평화로운 도서관의 풍경을 상상해본다. 어디선가 리보와 앤을 만나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리움은 슬프고도 아름다워. 그리움은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거든. 끝낼 수 없는 마음이거든.

🔖넌 괜찮아?

#리보와앤 #사전서평단 #문학동네어린이문학대상 #아들이제네가읽을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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