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이진송 지음, 윤의진 그림 / 프런티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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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않아도 여자입니다 -이진송 에세이]

어렸을 때에는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는듯 해 보이다가(사실 아니다, 어릴적부터 우리는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또래 무리들, 혹은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무리지어 살아가며 우리는 소위 '사회화'된다.
사회화 되는 과정은 어쩌면 아비투스에 쩔어지는 그런 과정이 아닐까
저자는 아비투스에 의해, 자의가 아닌 온전한 타의로 자신을 검열해가는 자신의 어린 동생을 위해 책을 썼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았던 페미니즘 서적 입문서는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한국 정서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이제는 이 책을 좋은 입문서로 뽑고 싶다.
쉬운 설명 뿐만 아니라, 보았던 미디어, 노래가사에서 예시를 들며 문제점을 꼽고 있기 때문에 더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삽화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 그림에서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이상적인 몸'에 맞춰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이상적이었던 챕터를 꼽으라면 '골드미스 혹은 알파걸이 아니어도' 와 '모성애가 없어도' 이다.
우선 '골드미스 혹은 알파걸이 아니어도'는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의 변혜영을 예시로 이야기를 한다.
전문직, 완벽한 몸매, 예쁜 얼굴, 조곤조곤 할 말을 다하는 멋진 알파걸
우리가 여성 비혼주의자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이미지이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무조건 '골드미스'여야만 할까? 멋지고 당당하지 않은 여성은 자연스럽게 지워진다.
이 챕터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고 말한다.
전문직이 아니어도, 완벽한 몸매나 예쁜 얼굴을 가진 여성이 아니여도, 우리는 괜찮다.


모성애가 없어도 괜찮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케빈은 선천적으로 사이코패스일까? 아니면 에바의 부족한 모성애(!) 때문에 그렇게 된 걸까?
저자가 제시한 '에바는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라는 해석은 나의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에바의 부족한 모성애, 즉 여성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무책임한 해석..
물론, 영화가 에바의 서사에 의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아빠'의 책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논하지 않는다.
'저는 아이는 안 낳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일단 낳으면 생각이 달라질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
아이를 낳는 다는 건,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얘기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을 그저 '모두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모성애에 기대는 건가?
모든 여성이 모성애를 가진 건 아니다.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에서는 성공한 전문직 여성 버르나데트가 아이를 임신했음에도 관심이 가지 않는다며 걱정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직장에 복귀하면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고 직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다며 걱정한다.
버르나데트가 이렇게 고민을 하는 동안 남편인 하워드가 이런 고민을 하는 모습은 비춰지지 않는다.
'여성'이기에 해야하는 고민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우리는 사회가 정해놓은 '좋은 여성'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얘기하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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