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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육아 - 누구나 하지만 누구도 쉽지 않은
야순님 지음, 서현 그림 / 위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보통의 육아


보통의 육아
보.통. 의....라는 말의 생경함.
삶에서 보통이라는 말이 추방당한지 오래인 것 같다.
최고, 초일류, vvvip....에 잠식당해서...
'파리미드의 꼭대기'에 위태하게 오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렇게 힘겹게 자기 자녀들을 올려놓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 사회에서 '보통'이란 말은 낙오란 말처럼 들린다. 1등만 인정하는 사회니까...
책에서도 나온 사례처럼 100점을 맞아도 동점자가 몇 명이냐에 따라서 분위기는 사뭇 살라진다.
그래서 나오는 부모의 반응 '축하한다'가 아니라,
'다른 얘들은? 100점 맞은 아이 또 있어?'다.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의 저자도
먼 이국땅 스웨덴에서 아이의 첫 성적표를 보고 외친 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고,
이런 반응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더라.
이런 시류 속에서 '보통'을 외친 야순님의 책은 이제까지 읽던 육아서와는 확연히 달랐다.
아이를 끌고 밀어가며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서 함께 달려주자고...

1장 엄마는 자꾸 기적을 잊는다 를 읽다보면 육아에 치여 잊고 살던 시간들을 기억하게 해 준다.
태중에 품고 있던 열달. 아이에겐 기적같은 일들이 쉬지 않고 일어나는 시간들.
이 시간을 떠올리면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가 너무 감사하게 느껴진다.
크리스마스 시즌 백화점 앞에서 산타밴드 공연을 보다가 아이의 표정이 이상한 걸 발견한 야순님.
엄마는 아이가 즐거워하지 않는게 못내 못마땅해서 알아보니 이유는 아이의 시선에서 보이는 건 온통 어른들의 다리 숲 뿐이었더라는.
무릎을 굽히고 바라보니 다른 세상이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연산에 법칙이 이미 머릿속에 자리한 엄마가 문제를 못 풀어내는 아이를 바라보면 답답 그 자체.
이것도 꼭대기에서 바라본 결과이다.
우리는 그렇게 무릎을 낮추고 '보통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돈이 있고, 없고를 잣대로 돈 없는 집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풍조에 대해서도
조용하지만 힘있게 비판한다.
임대세대 아이들이 아파트내 놀이터를 이용 못하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단지내 도로를 통학로로 이용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이야기.
가슴이 아리다.
내 아이에게 전염병마냥 해를 끼칠까봐 없는 아이들을 배척하는 일.
언제 쯤 멀쩡한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오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 아이를 길러내다 보면 엄마도 성장한다.
성인을 닮아가는 인격으로 우리 아이 와 다른 아이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야순님은 이 경지에 오른 것 같다.)
보통의 육아라는 제목을 보고,
아이 키우면서 일어난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로
그냥 편안히 읽어나가면 될 줄 알았다.
반전. 반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아이를 향한 불같은 분노와 죄책감을 정면으로 쑤시고 들어 오고[엄마의 난치병 버럭버럭병],
책육아를 향한 애미의 검은 의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책육아? 책이 어떻게 아이를 키워?],
내 아이 잘 키우자는 욕심에 버려진 '괴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까지[넌 어디 아파트 사니?]...


꼭꼭 숨겨왔던 저질 속내를 까발리는 듯한 무서움, 창피함.
자고 일어나면 신간 육아서가 나오고, 또 새롭고 핫한 육아 트렌드가 나오는 신기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야순님이 말하는 보통의 육아란 결국 내 아이에게 맞는 'ㅇㅇ엄마표 육아법'이라는 말 같다.
한 배에서 나와도 달라도 너무 다른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에 정답이란 없다는 걸 몸소 깨달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아이 눈높이를 맞추어 바라보는 일일 뿐이란 걸 담담히 말해주고 있다.

'엄마 마음'의 원형을 회복하게 도와 주는 책.
(많이 울었어요 ㅠㅠ)
아이는 너무나 기적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우리에게 왔고,
아이의 시선으로 같이 달리는 사랑만이 올곧게 그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고,
교육이라는 전쟁터에서 '사람'답게 키워낼 수 있다.
'엄마 마음' 을 회복하고, 아이 손 잡고 같이 가는 거다.
그리고 아이의 친구 손도,
그리고 아무도 붙잡아 주지 않는 아이의 손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