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잘 이별하는 법 환상책방 11
임정자 지음, 장경혜 그림 / 해와나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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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잘 이별하는 법>







이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헤아리기 힘든 감정인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이별'을 하고, 상실을 경험하게 되지요.


게다가 그 대상이 '엄마'라면 그 무게는 감당하기 힘들 지경까지 이르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고작 11살 생일을 앞 두고 있는 연이에게 갑자기 엄마와의 이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고, 엄마 냄새, 엄마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한데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되어 버렸어요.


고모와 아빠는 서둘러 아이의 인생에서 엄마를 지워버리려 합니다. 엄마의 옷이며 신발 등을 몰래 버리고, 또 이사까지 결심합니다.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된 연이는 하나 남은 엄마 가디건을 덮고, 엄마의 냄새가 밴 옷장에서 자는 행동을 하면서 어른들에게 소리없는 시위를 하게 되죠.




어느 날 연이는 엄마와 함께 산에 심었던 나무를 보고 싶은 생각에 혼자 산행을 하는데요.


해마다 산을 오르며 엄마와의 추억이 잔뜩 쌓인 그 곳으로, 연이는 홀린 듯 찾아갑니다.


이제부터는 현실과 연이의 상상이 버무려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엄마가 죽고 난 이후부터 연이 눈에 잠깐씩 보이던 하얀 개 수호와 함께 시들어버린 연이 나무의 뿌리를 살리려고 해요. 뜻밖에 그곳에서 엄마를 만나는데, 엄마는 계속 구슬을 닦고, 걸고, 또 다시 그걸 내리고를 반복하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죠.




모든 건 붉은 구슬 때문인데요. 그건 연이의 구슬이었고, 엄마는 그 구슬 때문에 바람이 될 수 없었던 거에요.



자신의 어머니를 여읜 경험, 그리고 엄마를 잃고 상심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닭죽'을 먹으며 자신은 다시 살아갈 수 있었노라고 고백하는 글을 보면서 이 이야기의 메시지를 짐작하게 됩니다.




더없이 중하고 끈끈하게 연결되었던 인연일지라도 언젠가는 놓아버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에요.


어렵고 힘들지만 그런 결심 없이는 망자도 살아있는 자신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놔! 넌 엄마가 아니야! 엄마는 죽었어! 죽어서 사라졌다고! 놔! 이 손 놓으라고!"



연이가 비로소 엄마의 죽음과 부재를 인정하는 말을 입 맊으로 내뱉고 나서야 연이 나무의 뿌리가 바로 서게 됩니다.


상상의 공간에서의 이별 덕분에 연이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고요.



부재를 인정할 때 비로소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아이러니



살아있는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하지 않겠냐는 말, 다소 이기적이고, 매정하게 느껴졌던 말인데요.


이 이야기를 읽고나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현실을 직시하게 도와주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모 자식은 언젠가 반드시 작별하고 독립을 해야 한다. 몸이야 태어나는 순간 분리되지만 마음이야 어디 그런가. 성장은 작별이고, 독립이며, 진정한 독립은 '같이 살아감'이다. 그러니까 엄마가 내게 남겨 준 건 결국 '같이 살아감'이었다.





'이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몇 년 동안 고민하고 집필한 저자의 아픔과 생각들이 함축된 작품입니다.


'이별'이라는 단어와 마주한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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