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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쓰는 빗자루나무 ㅣ 내친구 작은거인 59
홍종의 지음, 이주희 그림 / 국민서관 / 2019년 5월
평점 :
<하늘을 쓰는 빗자루나무>

오늘 동화의 주인공은 이름이 참 곱습니다. '하늘빛'
'이름만 봐도 푸른 하늘이 떠오르고 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듯하다고 작가님도 말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의 사랑도 충분히 받고, 학교에서도 단짝 친구와 재미난 일상을 보내며 '하늘빛'의 인생은 그렇게 꽤 괜찮게 흘러가고 있었어요.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비가 갠 어느 날 하교 길에 청소일을 하는 아빠를 길 한복판에서 마주치게 되는데요. 늘빛이 혼자 아빠를 발견하고는 환경미화원 형광 조끼를 입고 청소를 하시는 아빠와 옷 가게 아줌마와 하는 대화를 듣게 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늘 빛을 내는 일 아닙니까. 하하하. 그래서 우리 딸 이름도 늘빛이라고 지었는걸요. 하늘빛요. 이름 예쁘죠? 하하하."
당황한 늘빛이가 뒷걸음치다 마주친 사람은 하필이면 단짝친구 동우입니다.
동우는 놀리는듯한 말을 남긴채 가버리고,
그 때부터 하늘이는 아빠가 환경미화원이라는 사실을 학교 친구들에게 들킬까 겁이나서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동우는 모를 거다. 지금 자기 발이 내 몸을 마구 밟고 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이 사람들 발에 밟힌 거리의 은행잎보다 더 지저분해졌다."
그 때부터 하늘빛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아빠와의 관계도 학교 생활도 말이에요.
하지만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아빠와 거리를 두고 지내던 어느 날 학교에서 아빠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등장한 반장을 보고, 아직도 아빠 직업이 알려질까 긴장하게 됩니다.
"손님 절반은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다. 그 생각을 하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턱턱 막혔다. 태관이 뒤로 동우, 희지, 해준이가 기차놀이 하듯 줄줄 따라오는 모습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그려졌다. 안 봤지만 분명 그럴 거다."
반장 태관이는 벌써 두 해 전 아빠를 잃은 경험이 있어서 늘빛이를 위로하려고 온 속 깊은 아이였어요.

그리고 망고 주스를 권하죠.
'마음이 아플 때는 단것을 먹으면 괜찮아지는 것 같아. 나도 마음이 아플 때 이 망고 주스를 먹거든."
망고주스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하는데요. 상처입은 마음을 위로하는 상징적인 물건인거죠.
늘빛이는 한 잔으로 안되어 자신을 위해 캔 하나를 더 뽑고, 또 선생님도 늘빛이에게 망고주스를 건네거든요.
여러분도 자신을 위로하고, 또 누군가의 상처를 감싸주기 위한 '망고주스'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빠의 직업을 친구들에게 들킬지 모른다는 긴장감, 그리고 부끄러움은 아빠의 빗자루마냥 늘빛이의 마음에 상채기를 남깁니다. 그래서 빗자루를 들고 환경미화원을 운운하며 노는 친구들을 향해 거침없는 분노를 표출하게 되고요.
아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채로 떠나보내게 되어 늘빛이는 이중삼중의 마음의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러던 중 삼촌의 제안으로 늘빛이는 빗자루와 닮은 나무 옆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합니다. 물구나무를 서면 아빠가 간 하늘나라에 있게 되는 거라는 말을 들으면서요.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늘빛이는 자꾸자꾸 물구나무 서기를 해봅니다.
상채기를 남긴 빗자루 대신 빗자루를 꼭 닮은 나무는 늘빛이에게 위로와 용서를 선물합니다.
물구나무 서는 시간 동안 늘빛이는 감정적으로 아빠와 다시금 연결되고, 아빠를 부끄러워했던 자신과 화해할 수 있었던 거에요.
"나는 하늘을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물구나무서서 하늘나라에는 쉽게 갔지만 아직 아빠를 만나지 못했다. 이제 내가 아빠를 찾아 나서는 거다."
친구와 선생님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삼촌의 살뜰한 보살핌 덕분에 늘빛이는 아빠를 부끄러워하던 자신과도 또 아빠와도 다시금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거에요.
슬픈 일을 피할 수 없다면 아픔과 슬픔을 쓸어낼 방법을 찾아보자고 저자는 말하고 있어요.
책 속에서 늘빛이를 도왔던 사람들처럼 누군가 말 못할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면 '망고주스'처럼 슬픔이 가벼워질 수 있는 무언가를 선물하고, 또 늘빛이에게 '물구나무 서기'가 그랬던 것처럼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돕는 지혜가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늘빛이가 슬픔을 견뎌내고 꿈을 향해 한 발 내딛는 감동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하늘을 쓰는 빗자루나무> 를 읽어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