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시대 세트 - 전4권 정치의 시대
은수미 외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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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의 힘-

우리나라의 역사를 찬찬히 훑어보면 광장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로 인해 광장을 지키던 사람들은 많은 상처를 입기도 했으며, 변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 2016년 변화의 힘은 어디서부터 왔을까요. 그 힘은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온 것입니다."(11쪽)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최근 들어 자주쓰이는 단어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 '헬조선'의 단계로 오기까지에는 많은 역사들이 쌓여있다. 그 속에는 기회가 있음에도 변화를 꾀하지 못했던 역사가 있었고, 적폐세력을 없애야 할 때 없애지 못했던 역사들이 있었다.

"역사가 그런 것입니다. 망치는 놈 따로 있고 구한다고 죽어라 길바닥에서 촛불 드는 사람따로 있는 법이지요." (17쪽)

시민들은 그동안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마다 광장으로 나왔다. 그것이 시민이 기득권 세력에게 보내는 저항의 메시지였으며, 그것은 그대로 투표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기득권 세력들은 무력을 행사하고, 방어벽을 설치하는 등 그들을 끊임없이 탄압해왔다. 그로 인해 힘이 약했던 시민들은 잠시 잠잠해졌으나, 다시 새로운 세대가 광장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광장을 지키는 사람들은 특정한 세대에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세대가 바뀌어도 밑에서부터 나온 힘은 여전히 지속된다. 그것이 유구한 역사 내에서 광장의 의미가 변질되지 않고 이어져, 혹은 더욱 발전하고 있는 원동력이 된다.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힘, 그게 바로 우리가 가진 힘입니다." (38쪽)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은 무참하게 짓밟혔다. 한국 현대사는 그런 역사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김없이 광장으로 나왔다.  2016년 겨울, 많은 사람들은 추위를 견디며 광장으로 나왔고 결국엔 승리했다. 가까운 광장의 역사는 우리가 쉽게 알듯이 이렇다. 그러나 이 역사는 오래전부터 씌여져 왔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광장이라는 공간은 언제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그러나 광장이 진짜 의미를 찾는 순간은 우리가 광장을 메웠을 때입니다." (47쪽)

정말로 광장이라는 곳은 우리가 광장을 메워나갈 때 진정한 의미가 생긴다. 며칠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이 있었다. 그 때 도청에 남아 있었던 사람들은 광장에 모였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지식인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사회에서 가장 아래층에 있었던 사람들이 남았다. 그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우리 사회를 생각해 볼 수 없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말은 1980년대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말입니다." (53쪽)

도청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두고 집으로 돌아갔던 사람들에게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것이 있다. 그들이 도청에서 힘겹게 지켜내려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살아남은 자들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들이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훼손되지 않기 위해 힘쓴다.

"지금까지 우리가 패배하지 않고 온 것만은 사실입니다. 화끈하게 승리하지는 못했어도 이토록 끈질기게 이어온 역사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62쪽)

우리는 4.19 혁명, 6월 항쟁등을 통해 끈질기게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와  결국에는 정권교체라는 승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이러한 사회가 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세번의 노마크 찬스들이 있다. 그 찬스들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조금 더 빨리 좋은사회를 마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질 노마크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시민들이 만들어 주어도 못 받아먹는 정치인들 탓도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여전히 좋은 세상이 왔다고 느끼지 못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변화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70쪽)

이처럼 역사 속 한 순간을 놓쳐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일들이 많다. 변화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놓쳐버린 탓에 아직까지도 이어져 오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다.  이러한 일들에 대해 민주주의가 잡혀진 사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소고기 촛불집회를 예로 들면, 왜 우리가 먹는 것을 니네가 결정해? 와 같은 질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조금씩 기득권들이 행사하는 일들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타당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시, 사람들은 광장에 나가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것은 대한민국호의 무게중심이 여러분이기 때문입니다." (91쪽)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수많은 풍파를 겪었다. 그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이 나라의 중심이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밑에서부터의 힘은 이 나라가 무너지지 않도록 만드는 힘일 뿐만아니라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이다. 그것이 길거리를 걷다 마주치는 누군가, 주변의 누군가, 그리고 나 자신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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