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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희의 밥과 숨
문성희 지음 / 김영사 / 2018년 3월
평점 :
숨 쉬는 것과 밥은 우리에게서 절대 떼어놓을 수 없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당연한 일이기에 숨 쉬고 밥 먹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게 맞지만 요즘의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작가의 경험처럼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야 내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느낀다. 갖가지 일들과 상념에 둘러싸여 잘 느껴지지 않던 내 본래의 존재는 그제야 커다랗게 느껴진다.
“존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오직 두 가지, 숨 쉬는 것과 밥 먹는 것이다.”_16쪽
두 가지에 집중하면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간단한 일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나를 둘러싼 층들을 하나둘씩 내려놓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작가는 직접 옷을 만들고, 명상을 하며, 생식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가간다. 때로는 신앙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에게 주어진 ‘카르마’가 무엇이며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곱씹는 일은 삶을 바라보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 내 존재가 단단해야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혜안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작가는 명상법과 생식을 택했다. 안정된 마음을 갖기까지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산 속에 들어가 살기도 하고 타국의 성인(聖人)에게서 가르침을 얻기도 했다. 작가의 삶은 평탄했다고 보기엔 어려웠다. 내면의 혼란과 다양한 상황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수많은 일을 겪고 나서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그렇게 찾아온 평화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묘하게 고요함이 느껴진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살기 위하여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나는 계속 묻는다.”_189쪽
몸과 마음가짐을 깨끗하게 하려면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계속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각자의 올바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선 자신을 잘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버리고 취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삶도 바뀌게 될 것이다. 작가의 삶이 되어버린 명상도 그 방법을 알려줄 좋은 수련활동이라 생각한다.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요즘의 우리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다. 정갈한 식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그동안 바쁜 삶에 치여 단순하게 밥을 먹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들이 몇 번이나 있었을지 생각해봤다. 단순하게 이 순간과 나를 형성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단순해지기. 이것은 나의 존재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내 신체에 대한 감각도 예민해진다. 몸 속 세포를 형성하는 음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나는 음식이 가진 에너지가 일상생활과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과 집에서 한 밥은 겉보기에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에너지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났다.
“영양분만큼 중요한 것은 음식이 가진 에너지이다.…에너지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진기와 허기로 나뉜다. 때로는 생기라고도 표현된다.” _49쪽
바쁠수록 더욱 이 생기를 놓쳐선 안 된다. 우리가 매일 밥을 먹지만 생기를 품은 밥과 그렇지 않은 밥에 따라 하루의 질이 달라진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내 존재는 생기를 바탕으로 활성화된다. 한 때 나에게 밥은 허기를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온전히 나 자신을 생각해서 밥 먹는 일에만 집중해도 활력이 생겼다. 숨 쉬고 밥 먹는 것이 일상에서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나를 이루는 세포들이 가진 힘의 원천은 어디서 온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숨쉬기와 밥 먹기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심심한 맛의 반찬과 따뜻한 쌀 밥 한 그릇이 먹고 싶어진다. 한동안 얕봤던 음식이 가진 힘을 다시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