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무조건 돈이 남는 예산의 기술
제시 메캄 지음, 김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학교 1학년 새내기 시절, 친구들과 매일 간식/야식을 먹고, 학기 초 교재비로만 20만 원 이상이 나가고, 각종 회비, 술자리, 선물 비용 등등 남는 돈이 한 푼도 없이 쓰던 때가 있었다. 저축은 꿈도 못 꿨고, 용돈으로는 부족해 고등학교 때 모아둔 돈을 야금야금 썼었다. 재테크의 '' 자도 모르던 시절, 어렴풋이 돈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고, 친한 친구가 사용하고 있던 어플 가계부를 따라 쓰기 시작했다.

2학기부터는 아르바이트도 시작하고, 요니나 님의 <대학생 재테크>를 만나면서 돈 관리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계부를 제대로 쓰기 시작하고, 저축을 하고, 통장의 수가 늘어나고, 모은 돈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예적금 만기를 수차례 맞았고, 20개에 가까운 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CMA, 펀드 등등으로 재테크 영역(?)을 넓혔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은 발전이 있었다.

어느 정도 습관이 되자, 점점 가계부에서 꼼꼼함이 사라졌다. 학기 초, 방학 등 특수한 달에만 약간의 변화를 주었을 뿐, 매일, 매달 기계적으로 작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만기 된 돈은 다시 방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돈 관리와 가계부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바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돈 관리 심폐 소생에 성공했다. 기대 이상이었고, '초심', '기본'으로 돌아가게끔 도와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가계부 기록들을 다시 들춰 예산을 점검해보고, 방치해두었던 돈에 이름을 붙이고, 적금을 만들었다. 가계부 대분류/소분류도 나의 가치관을 반영하게끔 정비를 시작했는데, 이 작업은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하다.

 

 

돈을 여기에 써도 되는 것일까?”

 

작년 생일 때 '생일 적금'을 만들었다. 다음 해, 그러니까 올해 생일에 적금이 만기가 되면 복학하는 기념으로 가방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매달 만 원씩 꼬박꼬박 모아서 올해 적금이 만기가 되었다. 하지만 올해 생일, 나는 가방을 사지 못했다.

내가 돈을 쓸 줄 모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가방을 사느라 돈을 들여본 일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아서 못 산 것이라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올해 생일 나는 가방을 사겠다고 인터넷을 뒤져본 적이 없다. 결국 못 산 게 아니고 필요가 없어서 사지 않은 것이다. 원했던 가방은 정장에도 어울릴 만한 여성 가방이었는데, 복학 후 무거운 책과 노트북을 늘 가지고 다니는 내가 평소에 쓸 가방으로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백팩과 에코백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모은 돈은 어물쩍 넘어가고, 비상금으로 흡수되어 버렸다. 그러고 나니 생일 적금에 허무함을 느끼게 되어 다시 만들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내가 진짜 원하는 것',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41p 이 순간 예산 계획과 자아 성찰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가계부를 쓰는 과정은 궁극적으로는 곧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중략) ''에게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돈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저자는 가계부를 쓰면서 기억해야 할 원칙 네 가지를 소개한다.

원칙 1. 돈마다 역할을 맡겨라

원칙 2. 실질적인 비용을 받아들여라

원칙 3. 유연하게 대처해라

원칙 4. 돈을 묵혀라

 

원칙 1, 2는 내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교재비가 많이 드는 학기 초는 다른 항목(우선순위가 낮은 항목)의 예산을 조금 줄이거나 돈이 비교적 적게 드는 방학 때 미리 돈을 모아두고, '목적 통장'을 활용하여 언젠가 있을 지출(화장품, 경조사비 등 소소한 것에서부터 교생실습 비용, 여행 자금 등 특수한 것까지)에 대비하고 있다.

원칙 34는 기존의 내 생각을 전환시키는 내용이었다. 한 달을 보낸 후 가계부로 결산을 할 때 예산이 초과된 항목이 있으면 죄책감이 느껴지곤 했는데(지금은 덜하지만 가계부 초반엔 걱정이 앞섰다), 원칙 3에서는 가계부 수정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오히려 계획대로 살기 위해서는 가계부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113p 결국 중요한 건 목표다. 계속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한 당신은 지금도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큰 목표를 이루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그 과정에서 계획을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칙 4는 묵힌 돈을 사용하라는 내용이다. 말 그대로, 이번 달 생활을 이번 달 수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달 수입(묵힌 돈)으로 하라는 것인데, 묵힌 돈을 사용할 때 인생의 변수에 더 잘 대응할 수 있고, 한발 물러서서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내용은 원칙 3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가계부는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 달 수입과 지출을 꼭 맞춰서 작성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적이 몇 번 있다. 그 달 수입은 꼭 그 달 배분을 마쳐야 기록이 깔끔하게 남고, 혹여 다음 달로 넘어가면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적자' 기록이 남게 된다. 이런 별것 아닌 것이 스트레스가 되곤 했는데, 원칙 3, 4로 앞으로는 훨씬 유연한 마음으로 가계부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전 달 수입으로 다음 달을 생활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훨씬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어 해볼 만하다.

 

큰 기대 않고 읽은 책인데, 책을 받은 날 몇 시간 동안 앉아서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고, 잊고 있던 것들, 기본적인 것들을 일깨워 주어 좋았던 책이다. 혼자 칭찬하고 반성하고 적용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서 바쁘게 읽었다.

최근 시간 관리에도 단순 하루하루의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기본에 집중하려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 고민과도 연결되어 돈 관리와 시간 관리가 같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돈 관리가 필요한 사람, 가계부를 단순히 지출 기록 용도로만 쓰고 있는 사람, 아니, 지금 경제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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