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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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관련 도서를 읽게 될 줄 몰랐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으면 마케팅 관련 도서는 한참 뒤에나 접하거나 평생 읽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업을 하지도 않(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 책은 단순히 마케팅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고, 철학, 인문학과 결합시켜 마케팅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차에서부터 그런 점이 드러나 내용이 매우 궁금했다. 철학, 인문학과 마케팅이라니. 호기심을 가득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케팅은 결국 '사람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마케팅의 여러 기술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유행하는 기술을 습득해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팩트 폭력도 주저하지 않는다.



51p "과연 성공한 기업들이 그런 조잡한 마케팅 꼼수를 이용해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일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확고한 철학이 담긴 전략'이고 '진정성'이라고 저자는 몇 차례 강조한다. 마케팅은 상품과 서비스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많이 알리고 판매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사람들(나도 포함된다)에게도 반론을 펼친다.



64p 하지만 마케팅은 무언가를 더하고 포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포장을 벗겨내어 본질적인 가치를 심플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진정성이 없다면 심플해질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계속해서 가면을 덧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 한 가지는, 프롤로그에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저자의 스토리를 적어놓았다. 17살 마케팅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사업을 실패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다시 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며 고민하던 시간들이 적혀있다.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고민하고 사색하며 결국 남은 단어는 "거래보다 관계, 유행보다 기본, 현상보다 본질"이라는 것.


 또, 책 내용 중에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 한, 두 개 있을까 말까 한 정도. 마지막 에필로그에 가서야 저자가 책을 쓰면서 느낀 점들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는데, 여기에서도 진심이 느껴진다. 저자의 인간성, 진정성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아 독자를 힘들게 하는 작가가 많은데, 이 작가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간결하게 자신에 대해 얘기하면서 본인이 강조한 '진정성'을 보여준다. 이 점이 굉장히 좋았고 재미있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앞서 말한 "거래보다 관계, 유행보다 기본, 현상보다 본질"이라는 것만으로 이 책을 써냈는데, 자신의 삶의 철학을 간단한 단어로 표현해내고, 또 그것을 풀어 책 한 권을 써냈다는 것이 정말 전문가다웠다. 공부와 고민과 사색을 열심히, 많이 했다는 반증이리라.


 그런 사람이 있다. 자신을 내세우거나 높이려 하지 않는데도 내면의 단단함과 품위가 드러나는 사람. 저자가 그렇다. 책에서 자신을 내세우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지 않는데도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얻은 경험과 사색이 책 속에 잘 녹아있다. 자신의 주관이 있는 단단한 사람임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다'라던 <어린왕자>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작가는 거래, 유행, 현상보다 관계, 기본, 본질이 중요하다고 이 책 내내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거래, 유행, 현상에 관심을 가지게 될까? 바른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데, 모두가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들(거래, 유행, 현상)이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 실적, 유행, 일시적으로 사람이 모이는 현상, SNS를 통해 얻는 명성 등은 눈에 보이고, 현혹되기 쉽다. 결국 욕심이 생기면서 초심을 잃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바르게 사는 것, 진정성, 본질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초심을 잃고, 정말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앞서 적었듯 나는 경영이나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보다는 나 자신의 브랜딩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었다. 나를 브랜딩 한다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저자는 마케팅에 대해 풀어썼는데, 그 책을 읽는 독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문서적에 가깝다.) 자영업자, 경영인, 마케터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리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도 결국 퍼스널 브랜딩,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책이다. 삶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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