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이는 책을 사면 늘 표지와 띠지를 먼저 벗긴다. 표지와 띠지가 책을 읽는데 걸리적거리는가보다. 표지가 있으면 책을 께끗이 좀 오래 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표지 없이 100번도 넘게 본 책이 멀쩡한 것 보면 그것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요즘은 모두 양장 표지 아닌가... 그런데 오랜만에 아이가 표지를 벗기지 않고 책을 읽었다. 표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생지 질감의 투박한 표지와 풍성한 나무 그림이 눈길을 사로 잡는 책. '나무는 알고 있지(정하섭 글, 한성옥 그림, 보림 펴냄)'은 나무의 가치를 담은 한껏 담은 책이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 나무가 희생해야 되기 때문일까 불필요한 것들은 줄였다. 책 속에는 자연과 어울린 나무의 사계절이 멋스럽게 들어가 있다. 한겨울 겨울눈에 생명력이 가득하고, 봄이 되면 화려한 꽃을 피우고, 눈이 부실정도록 푸르른 녹음, 그리고 가을. 나무속 생명력을 지닌 나무의 뿌리. 씨앗을 띄우고 자라난 나무,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동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나무에게 배우는 지혜가 너무나 많다. 나무의 아름다움을 묵묵하게 담은 아름다운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나무 같이 넉넉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