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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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누구도 아닌 존재이지만, 내가 김밥을 먹고 그가 라면을 먹을 때, 나는 덩달아서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 TV 광고에서, 라면 국물을 쭉 들이켠 연기자가, 아, 하면서 열반에 든표정을 지을 때도 나는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
추위와 시장기는 서로를 충동질해서 결핍의 고통을 극대화한다. 추운 거리에서 혼자 점심을 먹게 될 때는 아무래도김밥보다는 라면을 선택하게 된다. 짙은 김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꽉 쏘는 조미료의 기운이 목구멍을 따라가며 전율을 일으키고, 추위에 꼬인 창자가 녹는다.
김밥과 라면을 함께 먹으면 어떤 맛도 온전히 살아남지 못하고, 뷔페 식당의 음식을 모조리 뒤섞어서 비빈 것처럼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그걸 알면서도 라면을 먹으면서 김밥을 또주문하니, 슬프다. 시장기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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