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열쇠 - 55p
혼자 놀이터에서 놀다가 열쇠를 주웠는데, 무엇이든 열고 잠글 수 있는 열쇠인가 하며 열쇠를 구멍마다 열어보는데, 구멍난 내 마음을 열어봤다가 자신의 말과 감정들이 줄지어 나올 까봐 열쇠로 잠가 두었다는 내용이 있다. 묻어뒀던 말과 숨겨두었던 감정들을 스스로 정리할 줄 알아야하는데 하면서 나도 잠궈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귀여운 구절들도 많은데,
잘 먹었습니다 - 72p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듣던 말인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라는 말에 1분 뒤에 누으면 되는지, 2,3분 뒤에 누우면 되는지 묻다가
소가 되어버린 아이와 놀라 엄마를 찾았는데 엄마도 소가 되어있었고, 소화를 다시키니 사람이 되었다. 아 4분 뒤에 누울 걸 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 귀여운 발상이였다.
이런 아기자기한 발상과 귀여운 문구들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있는데, 나는 그 중 4부에 있는 글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았다.
누르지마 복숭아, 어떤 말, 고래낙하, 액자 속의 나, 별것 등
읽으면서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돌아가신 삼촌의 눈을 기증한 사람이 새로운 삶을 살 때, 따뜻한 햇볕아래 고래가 헤엄치는 걸 봤으면 좋겠다는 고래낙하와 할머니와 살면서 차마 말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담긴 누르지마 복숭아, 엄마가 찍은 나의 어린 시절의 사진 속의 모습을 보는 액자 속의 나, 죽은 강아지의 모습을 만들었는데, 꼬리가 부서져 눈물이 나는 별것 등은 정말 짧은 글로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잘 짜여진 책으로 짧은 시간 내 읽을 수 있지만, 꽤나 긴 여운을 주는 책이다.
내가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 아직까지 아이의 시선을 따라갈 수 있어서 다행임을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