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
이성진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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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짧은 책을 읽는 게 좋아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호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책은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고 읽으려 했지만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라는 저 부분에서 뜨개질 하는 남자들이 많이 생기겠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뜨개질 하시는 남자분께서 하시는 블로그에 여러번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솜씨가 너무 좋으셔서 넋놓고 구경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뜨개질하는 남자라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도 느꼈을 남들이 말하는 남자다움과 세상이 요구하는 남자의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퍽 자유롭다는 말이 이상하지 않음과 편안함을 내게 주었다. (사실 뜨개질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뜨개질 하고 싶어서 가방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ㅎ)

 

이성진, 저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르트르와 니체의 생각을 아껴먹는다고 적혀있었다. 이 분은 독특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할 수 있음을 조금 부러워했다.


너는 너다울 때 가장 빛난다. 품사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 것처럼,

어디 두어도 변하지 않을 당신을 찾아가기를

프롤로그

나는 나다울 때 가장 빛난다고 어디 두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나 다운게 뭔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어딜 두어도 여기 저기 상황에 따라 맞춰가고 있는 막내로 살아가면서 변하고 있는 나인거 같은데 '넌 어디두어도 변하지 않아'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책은 남자다움, 여자다움이라는 판에 박힌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다움을 찾아가는, 뜨개질로 나다움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뜨개질의 내용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인간관계, 타인이 바라본 나, 삶 그리고 '나'. 를 펼쳐내면서 공감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뜨개질을 하는 저자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뜨개무늬, 넓게도 좁게도 만드는, 그리고 쫀쫀하게도 느슨하게도 만드는 것들이 그냥 그 나름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나는 쉽게 읽으려고 했는데 책의 일부에서 나는 다양한 나의 나다움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너 자신이 기대했던 만틈의 준비된 사람이 되었느냐면, 마냥 그렇지도 않았다.

어쩌면 내게 주어진 몫은 노력보다는 체념, 혹은 주먹 쥔 양손만큼의 만족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이란 땅바닥은 나날이 기울어져 가는 판이었고 못난 나는 그 위에 버티어 서서 균형이나 잡는 게

전부라는 그런 각다분한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뜨개질을 시작하기엔 여름이 좋다

준비된 사람이냐고 스스로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에, 나는 이 책에서 나는 준비된 사람인가를 생각해보았다.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좀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준비된 사람이라고 하기엔 준비해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적잖히 내가 초라해짐을 느꼈다. 그냥 나다운 나로 나를 바라보면서 그냥 나는 준비중인 사람을 하기로 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저 놈의 '가성비' 사람들은 뭐만하면 요즘에 더 가성비를 따진다.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나쁜 의미가 아니였는데, 가성비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은 저울질 하는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다. 욕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넘치는데 돈은 한정되어 있으니 당연히 가성비를 따지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하면서도 가성비를 따지면 어느 순간 쫌생이가 되어버린다. 단지 일상의 중요한 잣대일 뿐인데 참나. 쉽지 않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되어버린 시대라는 말에 정말 잘 설명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게 제일 어렵다는 어른들의 말씀 틀린 게 하나 없네.

어떤 지점에서는 생각의 방향을 틀어야 하고 어떤 지점에서는 마음을 고쳐먹어야 할 터인데,

인생에 단수링이라 할 만한게 눈에 뵈지 않으니 영 불안하기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단수링이 안보이네요

뜨개질 하면서 무서웠던 것은 단수링이 안보이는거다... 단수링을 잊고 넘어가면 어느 순간 한 코가 늘어나거나 한 코가 줄어들고 있다.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서 단수링을 표시하는 것들이 생겨나고 있다. 단수링에 끼우는 것을 보고 위치를 살피고 살펴보고 하는데, 그게 없다고 생각하니 막막할 것 같다. 단수링 하나가 있으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데, 예전엔 없어서 손으로 끼우고 연필 끼우고 그랬었는데 많이 변했다는 생각도 한다. 단수링은 답을 내어주니깐 그냥 계속 해나가면 된다. 삶도 길을 누군가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면서도 단수링 하나정도는 보너스로 누군가 알려주고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이상하게 흐른다"

<어느덧 주머니에 외로움 하나쯤은>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혼자 있고 싶다.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이가 없지만, 나는 독립하기 위해서 여전히 돈을 모으고 있다. 자취하는 친구들은 외롭고 고독하고 슬프다고 표현했다. 나는 자취를 하지 않으니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외롭고 슬픔이 가득한 밤을 느끼고 싶다고 할 때마다 친구들은 미쳤다고 표현했다. 사실 혼자 살면 외로울 것 같은데 독립심이 약한 나는 독립을 하고 외로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였음 하는 마음도 있다. 저자는 외로움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주머니에 외로움 하나쯤은 넣고 다녀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마 그 외로움을 해소하는 뜨개질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한다. "드넓은 마음속에 관계를 하나둘 담아 채우는 일, 비어있음을 즐기는 일, 그 속에서 오롯이 성장하는 내모습을 지켜보는 일" 저자가 하는 일의 일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다름과 틀림 사이, 그 모호한 경계>

우리 사회에서의 다름은 틀림이 되는 세상, 기준이 정해져 기준대로 하지 않으면 틀리다고 바라보는 것,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름을 다르다고 바라볼 수 있는 정도, 그 정도로 변했다는 건 많이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세상이라지만 다름과 틀림을 구분 짓는 경계선 하나만큼은 제 분별력으로 확실히하자"는 말과 "한 명의 인간이 틀렸다고 규정하기에는 그말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으니"라는 말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내가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사람의 말을 평가하겠는가? 어찌 내가 그의 삶이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없다. 없다

무용[불필요] 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라는 책의 제목,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유용한 것과 무용한 것을 구분 짓기보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다양한 존재, 값,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누군가에게 유용한 것이 나에게 무용할 수 있고, 나에게 무용한 것이 누군가에게 유용할 수 있다. 무용과 유용의 차이는 한끗이라고 생각한다. 무용한 삶과 유용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나의 무용한 것들을 알아차리는 것, 그 무용한 것을 유용하게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이해하고 나다운 것을 찾는 것.

이 책에선 나에게 무용한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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