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스 빈의 영어 시험 탈출 작전 클라리스 빈의 학교생활 1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표지속 클라리스의 쌜쭉한 표정을 보기만해도 웃음이 터져나온다. 클라리스의 모습은 웬지 나의 어린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조금의 동지의식마저 느껴진다. 이러니 클라리스가 너무도 친근하게 다가올 수밖에. 영어 YOU가 왜 U가 아닌지, WHY는 왜 Y가 아닌지 이해할수 없다는 클라리스의 투정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영어철자법 때문에 고생을 하니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평범한 학생들은 이런 의문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영어철자를 외우겠지만 영어철자법 공부를 죽어도 하기 싫어하는 클라리스에게 이런 엉뚱한 공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럴땐 클라리스는 정말 못말려 라고 외치고 싶다.

어른들은 그런 클라리스를 보면서 공부는 안하고 쓸데없는 생각한다고 야단을 치겠지만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영어철자가 인생에서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클라리스의 말대로 세상엔 영어철자법 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기억하고 암기해야될게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클라리스는 영어철자법만 외우지 못할 뿐이지 자신이 좋아하는건 줄줄 외울줄 아는 신통한 재능이 있는 아이이다. 하지만 클라리스는 아직 어린 학생이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 그리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잘 들어야 하기 때문에 더이상의 쓸데없는 공상은 금물이다.

하지만 비록 영어철자법에 약하고 성적도 썩 좋은건 아니지만 클라리스는 그 자체로 장점이 많은 아이다. 소문난 말썽꾸러기 친구를 곁에 둠으로써 자신도 덩달아 말썽꾸러기 라는 이미지를 달고는 있지만 클라리스의 활발함과 친구를 위해 선의의 거짓말도 할줄아는 착한 마음씨는 클라리스를 단지 '공부 못하는 말썽꾸러기'라고 단정짓지 못하게 한다. 아니 오히려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이가 바로 클라리스다. 특히 클라리스가 보여주는 따뜻한 우정은 이 아이가 올바르게 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단어 철자를 잘 아는것보단 바른 사람이 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어린 시절엔 왜 어른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하면서 불평했었다. 그러면서 내가 어른이 되면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보겠노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막상 내가 나이를 많이 먹은 어른이 되고보니 도통 아이들의 마음을 잘 간파하지 못하겠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들어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때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이 도통 생각나지 않고 요즘 아이들의 마음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심리를 너무도 잘 파악해낸 작가의 놀라운 글솜씨가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책을 읽으면서 맞아 맞아 하며 손뼉을 칠 정도로 어린 시절의 생각들을 너무도 잘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심정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공부만을 외치는 부모님께 이 책 한번 보시라고 권해드려야지 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분명 있을것 같다. 이 책은 아이들만 읽을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그럼으로써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되고 각자의 생각을 교류할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마련하는것도 좋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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