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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견 치로리 - 쓰레기장에 버려진 잡종개가 치료견이 되어 기적을 일으키다, 개정판
오키 토오루 지음, 김원균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2년 11월
평점 :
오키 토오루 씨가 치로리를 만난 건, 치로리가 오키 토오루 씨를 만난건 운명이고 기적이었다. 1992년 도깨비집 이라고 불리우는 옛 요양원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는데, 그 곳에 치로리가 다섯 마리의 새끼와 살고 있었다. 이 불쌍한 강아지들은 그동안 마을 아이들이 돌보고 있었는데, 그 앞을 산책하던 오키 토우루 씨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면서 치로리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만약 토오루 씨가 그 앞을 지나치지 않았더라면 치로리와 새끼들은 좋은 환경에서 사랑 받으면서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토오루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치로리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토오루씨가 처음부터 치로리를 데려와 키우겠다고 마음 먹은건 아니다. 다섯 마리의 새끼를 좋은 가정에 입양보내고 마지막 남은 치로리를 어디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그만 주민의 신고로 치로리가 잡혀가는 일이 생긴다. 간발의 차이로 치로리를 안락사의 위기에서 구해낸 그는 친구에게도 맡겨 봤지만 결국 자신이 운영하는 치료견 훈련소로 데려오기로 한다. 하지만 잡종인 치로리가 허스키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잡종견 치로리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몸도 성하지 않은 터라 훈련소 직원들도 팔 벌려 환영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이 기우였을 정도로 치로리는 너무 잘 적응해 나갔다. 아니,오히려 허스키들의 대장 노릇까지 하며 놀라운 변화를 보인다. 치로리가 들어온 다음부턴 치료견들 끼리의 싸움도 잘 일어나지 않고, 다들 잘 따르니 암컷 치로리는 멋진 여장부가 된 것이다. 더구나 다리가 짧고 학대 때문에 절기까지 하는데도 치로리는 훈련을 잘 받아냈다. 처음엔 뛰는 것도 버거워 하더니 나중엔 가장 먼저 들어오기도 하며 치료견으로서의 면모를 다져나가게 된다.
무엇보다 토오루씨가 치로리를 치료견으로 키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는, 아픈 동료의 곁을 지켜주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자신을 처음 반겨준 동료에게 은혜를 갚는 건지, 한번도 훈련을 받지 않은 개 가 치료견의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자질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 실제로 치로리는 보통 1년이 걸리는 훈련을 5개월만에 끝마치게 된다. 그렇게 우수한 치료견으로 은둔형 외톨이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만나며 기적을 만들어가는 치로리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매개체가 된다.
마치 사람이 웃는 것과 같은 표정을 짓는 치로리는 오래전에 받은 학대 때문인지 지팡이를 무서워하고, 가끔 예민해지기도 하며,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만 누구보다도 멋진 치료견으로 활동하게 된다. 토오루씨가 하루만 늦었다면 안락사를 당했을 운명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해지지만, 하늘은 치로리에게 멋진 임무를 부여했다. 치로리를 만나며 몇년 간 말을 하지 못했던 할머니가 "치로리야 고마워" 라 말하고, 걷지 못하던 할아버지가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켜 작지만 큰 발걸음을 내딛는 걸 보면서 치료견의 역할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깨닫게 된다.
인간처럼 대화도 할 수 없고, 그저 곁을 지키며 눈을 맞추고 같이 걸어주는 일 밖엔 하지 않지만 이런 큰 변화가 생기는 건 뭘까 생각해본다. 이 작은 생명이 이렇게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도 놀라게 된다. 아마 동물만이 줄 수 있는 기적이 아닐까 싶은데,아직 우리나라엔 치료견 이라는 말이 생소하기만 하다. 유기견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사람들에겐 기쁨을 줄 수있는 치료견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