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상처입히는 왕따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 ㅣ 미래의 고전 29
문선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7월

왕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로 인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학교는 안전 사각지대가 아니고, 지금도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왕따를 경험했거나 목격하고, 동조한 학생들의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왕따 문제를 들여다보면 가해자 혼자만의 독단적인 행동이 아니라 반 전체의 암묵적인 동의와 괴롭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특히 왕따를 선동하는 가해자가 소위 말하는 '짱' 이고 아이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아무도 이를 막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지게 된다. 동참하지 않으면 나도 왕따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무리 속에 끼어있기 때문에 자신의 죄를 가볍게 여기는 마음이 사태를 더 키운다. 분명한 건 이 문제를 아이들의 양심에만 맡기거나, "어릴 때는 다 싸우면서 지내는거야"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지켜본다면 결코 끝나지 않을거라는 점 이다.

4학년때 왕따를 당한 수민이는 아버지의 일로 인해 다른 학교로 전학가게 되면서 고통해서 해방된다. 자신이 왕따 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새 학교에서 새출발을 하고 싶던 수민이에겐 지난 날의 상처를 회복할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수민이의 친구가 된 민석이는 반짱으로 성격이 그리 좋지 못했다. 민석이와 친구들은 수민이를 자신들 무리에 끼워주며 '이구동성파'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지어대지만 행실이 좋지 못했기에 수민이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수민이는 더 이상 찌질이 왕따가 되고 싶지 않았고, 반짱 민석이 덕분에 반 친구들에게 대접도 받았기에 기꺼이 이들과 함께 한다. 그래서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거나 숙제 심부름을 시키는 이들에게 거절 한번 못하는 것이다. 친구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라는 마음과 거절 하는 순간 절교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하면서 일말의 불안감을 애써 떨쳐버리는 수민이었다.

그래서 민석이가 대현이를 왕따 시키는 걸 그저 보기만 했다. 반 아이들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놀리고 때리고 괴롭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용기있게 나서서 막지도 못했다. 아무 잘못도 없이 왕따가 된 대현이의 모습이 작년의 자신 같았기 때문에 가슴이 아팠지만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왕따였을때의 수민이는 자신을 괴롭히는 반짱 뿐 아니라 옆에서 거드는 친구들이 밉고 야속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친구들도 미웠을 것이다. 그걸 잘 알면서도 대현이를 고통에서 꺼내주지 않는 수민이의 나약함이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이 상황을 해결할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작년에 배웠기 때문이다. 선생님에게 용기있게 말씀드려도 돌아오는 건 친구의 장난을 이해하지 못한 쪼잔한 아이, 너가 무슨 잘못을 했겠지 라는 잔인한 말 뿐이었으니 말이다. 한명이 말하는 진실보다 여러명의 거짓이 더 믿기 쉽다는 걸 똑똑히 경험했기에 침묵을 지킨 것이다.

작가는 이 심각한 왕따 문제를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그리지 않았다. 민석이가 왜 비뚤어진 방식으로 화를 푸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수민이가 불구덩이 인줄 알면서도 왜 뛰어드는지와 방관자가 되는 지를 심도있게 그려낸다. 사는게 너무 바빠 아이의 학교 생활이 어떤지를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뜨거운 눈물과 대현이 사건을 뒤늦게 안 선생님의 후회와 올바른 대처는 그나마 나은 방향을 희망하게 한다. 선생님에게 가장 쉬운 방법은 민석이를 전학시키며 대충 사건을 수습하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수민이의 담임 선생님은 가해자를 벌하는 것에서 해결방법을 찾은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을 찾았다. 민석이와 대현이를 힘들게 한 반 아이들을 질타하기만 한다면 제 2의 대현이가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이 문제를 뿌리 뽑으려면 모두 진심으로 뉘우치고 왜 이 일이 나쁜지를 잘 가르쳐야 했다. 그래야 수민이와 대현이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