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집 - 한 아티스트의 변두리 생활
노석미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홀로 살고 있지만 완전한 독립이라고 하긴 뭣한게 부모님 집과 같은 동네라 틈틈히 들러 먹을거리도 가져오고 도움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는 일도 그렇고 한 동네에서 쭉 커 왔기 때문에 다른 동네나 지역으로 이사가는 건 아직 생각도 못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이 책은 '집'과 '독립'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노석미 화가에게 집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친구와 작업실로 쓸 집을 구했고 이것이 그녀의 변두리 생활의 첫 시작이었다. 예상과 달리 친구가 일이 생겨 혼자 쓰기엔 크고 좀 불편해 보이는 곳에서 홀로 생활을 하게 됐지만 서울 생활과는 다른 일상이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주었다.

 

사람들은 낯선 환경의 도시에서, 사람도 별로 없는 이 마을에서 사는게 무섭지 않냐고 했다. 아무래도 치안도 걱정일 테고, 서울과는 다른 불편한 생활이 힘겨울거라 예상한 탓이다. 물론 서울처럼 버스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았으니 서울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불편하고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시골 생활은 서울과는 달리 사람의 온기가 더 느껴졌다. 작은 시골 마을이라 낯선 이의 등장은 토박이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뒷담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친하게 지내면 살가운 관계가 됐다. 살고 있는 집도 몇동 몇번지로 통하는게 아니라 무궁화울타리집 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이 곳은 서울과의 거리 만큼이나 생활도 달랐다. 그 다름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이장님이 그림 구경을 하러 왔다가 본인이 생각하는 '잘 그린 그림'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는지 어색해하다 돌아간 일, 아는 후배의 소개로 집을 소개해준 사람이 알고보니 조폭이었던 일,버스에 타면 인형을 만들며 바느질을 하는 노석미씨를 보며 하나 갖고 싶다고 한 버스기사 등등 다양한 동네에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많은 집에서의 추억도 만들어갔다. 혼자 살기엔 너무 많은 다섯개의 방을 가진 집에서 살았고, 작고 예쁜 정원을 꾸미면서도 살았다. 집 옆에 있는 소목장에선 갓 태어난 송아지를 구경했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다. 어느 곳에 가든 그 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낯선 이에 대한 어떠한 편견없이 스르르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이 닮고 싶어질만큼 유쾌하고 멋졌다.

 

-가난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그러려면 지속적으로 약간의 재화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그 재화를 벌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나의 가난은 대책이 없었고, 문을 열면 항상 대기하고 있는 지저분한 털을 가진 개와도 같았다- 는 그녀는 가난을 인정하며 자신의 능력 안에서 집을 구하고 생활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하면서 말이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자꾸만 변두리로 밀려났지만 그게 안 좋은 일이냐고 묻는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이 생활을 유지할수 있을만큼 벌고, 가난하지만 구차스럽지 않은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와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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