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레시피 - 39 delicious stories & living recipes
황경신 지음, 스노우캣 그림 / 모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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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먹고 사는 이야기엔 언제나 귀가 솔깃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이야기할 땐 머릿속엔 그림이, 입 안엔 맛이 느껴지고 생전 접해보지 못한 음식을 설명할땐 호기심이 들며 꼭 한번 먹으리라는 결심을 하게 된다. 호화롭고 값비싼 음식부터 버터와 간장을 밥에 쓱쓱 비벼먹는 초간단 요리까지 먹는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준다. 한국인의 밥상에 절대 빠지지 않는 김치도 집집마다 그 맛이 다르듯, 같은 요리라도 먹는 이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니 그 이야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들의 먹는 이야기가 언제나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부산이 고향인 작가가 삼겹살을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처음 먹었다고 했을 땐 놀라웠는데, 부산엔 삼겹살집이 별로 없기 때문이란다. 아무래도 바닷가이니 그럴만도 한데 아버지의 생선사랑 때문에도 고기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한다. 그 맛있는 삼겹살을 늦게 알았으니 좀 안쓰럽기도 한데, 삼겹살을 잃은 대신 더 대단한 걸 풍족하게 먹으며 지냈으니 너무 부러워졌다. 친척 덕분에 크고 싱싱한 새우를 마음껏 먹어서 시중에서 파는 작고 비싸고 맛없는 새우 요리는 시키지 않는다는 가진자의 여유와 고모 덕분에 과메기를 최상급으로 즐겼다는 자랑은 최고였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정말 부러웠다.

 

맛난 음식을 떠올리면 그걸 공유했던 이들과의 추억도 같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별 볼일 없는 음식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분위기 때문에 특별한 맛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 맛이 생각나 다시 찾으면 그때와 같은 맛이 안나 아쉬울 때가 있다. 평소라면 절대로 손대지 않을 정체불명의 찌개와 삼층밥도 친구들과 놀러가선 걸신들린듯이 맛있게 먹고, 비싼 안주를 마음껏 시킬수 있는 지금 보다 과자 하나 놓고 먹던 술자리가 더 기억나듯이 말이다.

 

황경신씨의 음식 이야기에도 그런 추억들이 깃들어있다. 돈 없던 대학 시절에 친구들과 놀러가서 먹은 수제비의 맛이 그립고, 자취 생활에 큰 마음 먹고 만든 갈치조림을 고양이에게 빼앗겼을 때의 서글픔을 소개한다. 아버지의 김치밥국과 외할머니의 전복죽 등 가족에 대한, 친구들과 먹었던 음식과 그때의 사건등 음식과 함께 한 추억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리고 요리를 즐기는 황경신씨가 전해주는 레시피 소개도 있는데 그녀의 물김치 사랑은 레몬 물김치라는, 얼핏 들으면 벌칙음식 같은 것도 만들어냈다. 그리고 요리에 관한 감성적인 글 까지 포만감이 느껴질만한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책을 덮고 나니, 표지에 있는 계란프라이 하나 만들어 먹고 싶어졌다. 노란자가 덜 익은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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