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제삿날 지식 다다익선 37
이춘희 글, 김홍모 그림 / 비룡소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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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민수가 오랫동안 기다린 할머니의 제삿날이다. 돌아가신지 딱 일년째가 되는 오늘, 보고싶고 그리운 할머니가 집에 오신단다. 그래서 엄마와 작은 엄마는 부엌에서 맛있는 제사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한데 할머니를 잘 대접해 드리려는 모양이다. 부엌 문을 열어 안을 살펴보니 닭고기, 생선전, 시루떡 등이 가득 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할머니도 만날 수 있으니 제삿날은 참 좋은 날 같다.

 

제사상에 올라 갈 음식들을 살펴보면 평소 요리 방법과는 다른 규칙이 있었다. 적은 잘게 칼질하거나 각을 뜨지 않고 통째로 요리 해야하고 복숭아는 조상을 쫒아낸다고 해서 올리지 않는다. 나물도 소금과 간장으로만 간을 하고 떡은 화려한 색깔을 피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의미가 담긴 제사 음식은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준비해야 한다.  

 

제사나 명절 때 보면 아버지들은 밤 깍는 일을 하는데(유일하게 하는 일) 이건 '후손들이 조상의 뿌리로부터 나왔음을 알려 주며,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고 한다. 제사상에 올라 있는 음식 하나하나에 깊은 뜻이 있다는 건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는데, 그저 먹는거에만 관심이 있었지 잘 알려고 하지 않았던 터라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제사 음식도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주문해서 차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음식 준비를 하는 어머니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어쩔수없는 사회변화 같지만 그래도 제사의 의미가 변질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이젠 밤도 깍아놓은 걸 사니 말이다.

 

 

제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음식을 달라고 보채는 민수를 보면 어렸을 적 나를 보는 것 같은데, 고소한 전 부치는 냄새에 밤까지 기다리기가 참 힘들었었다. 아이들에게 제사는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친척들도 만나는 날이라 그저 신나기만 한데, 민수도 사촌 형 민구를 만나서 무척 좋았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집을 잘 찾아올수 있도록 대문도 활짝 열고 손전등을 걸어 환하게 만들었다. 그 사이 아빠는 직접 한지에 지방과 축문을 써넣고, 민구는 할머니께 편지를 쓰고 민수는 할머니 얼굴을 그려서 병풍에 붙였다.

 

 

드디어 제사상이 차려졌는데, 각 음식을 놓는 구역도 정해져있다. 지역과 집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5열 상차림이 기본으로 1열엔 밥과 국, 2열엔 적과 전, 3열은 탕, 4열은 포와 나물, 5열은 과실을 올린다.

 

 

우리집은 남자들만 절을 올리는데, 민수네는 모두 다 절을 하는 모양이다. 남녀에 따라 절 하는 방법도 다른데 여자는 왼손 위에 오른손을, 남자는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려야 한다. 3번의 술을 바치고 밥그릇에 숟가락을 꽂고, 할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생선 위에 젓가락을 놓으며 할머니가 부디 맛있게 음식을 드시기를 바라며 절을 하고 문을 닫는다. 그 후로도 절을 두번 더 올리고 마당에 가서 지방과 축문을 태운다. 집안에 따라 제사 방식이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 밥과 탕 그리고 음식들을 조금씩 담아 현관문에 놓아두는게 내 일 중 하나였었다.

 

 

배가 고픈 민수이지만 음식보단 할머니가 언제오는게 더 궁금했던 모양이다. 제사가 다 끝나가도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걱정스러워 아빠한테 물었더니, 우리 눈엔 보이지 않으시지만 분명 오셔서 우리를 보고 음식도 드신다고 했다. 할머니를 보지 못한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래도 오신다니 서운함이 많이 줄어든다. 할머니는 내 가슴속에 계시니까! 

 

제사가 끝나면 친지들이 모여 제삿밥을 나눠 먹는게 참 좋았었다. 제삿상에 올려진 다양한 나물을 쓱쓱 비벼 탕과 함께 먹으면 참 꿀맛이고, 오징어와 동그랑땡을 마음껏 먹을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그런데 이런 제사를 전처럼 많이 챙기지는 못하고 있다.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한꺼번에 차리거나 간소화 시켰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바빠서 잘 참석하지 못하는데, 이런 날 아니면 친척들을 만나기가 힘드니 앞으론 자주 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어른인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게 많았는데, 아이들에게도 제삿날의 의미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는 책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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