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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ㅣ 놀라운 팝업왕 9
로버트 사부다 지음, 잔-마리 르프랭스 드 보몽 원작 / 넥서스주니어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팝업책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로버트 사부다의 동화 시리즈는 언제나 환상적 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서 어린 아이마냥 좋아했는데, 미녀와 야수도 나와서 보게 됐다. 다른 팝업북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가격의 압박이 있기 때문에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아서, 생일 선물로 받아냈는데(무슨 이런걸 사달라고 하냐는 친구의 핀잔이 있었지만,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라!!) 역시나 좋았다. 로버트 사부다씨가 팝업북 하나를 내는데 몇년이 걸릴만큼 힘든 작업인건 알겠지만, 욕심같아선 얼른 작업 하시라고 닥달하고 싶다.
미녀와 야수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첫 장을 펼치면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웅장한 성의 모습이 짜잔 하고 나타나는데 장식과 작은 창들이 꼼꼼하게 만들어져 있다.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팝업의 세계는 정말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벨의 아버지가 지친 뒷모습으로 성 쪽으로 가는 모습도 등장한다. 딸의 운명을 손에 쥔 아버지의 늙고 피곤한 뒷모습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야수의 모습은, 왠지 돼지와 삽살개를 합쳐 놓은 듯한 요상한 모습인데 디즈니 만화에서 보던 사자를 닮은것과는 달리 훨씬 무섭고 징그럽다. 몸 색깔도 푸르스름하고 손도 너무 크고 뾰족한 이빨이 있는데다 가장 무서운 건 레이스 달린 옷에 보석 장식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무섭다.
거기다 빨간 쥐꼬리 같은게 달려있으니, 아무리 용맹한 사람이라도 그 앞에서 웃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벨과 야수가 식사하는 장면에서 벨의 표정이 잔뜩 굳어 있다. 식탁 위에 차려진 그릇들도 팝업이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러면 단가가 더 올라갈테니, 아쉬움을 살짝 접어본다. 성 안에서 축제가 있어서 벨과 사람들이 예쁜 드레스를 입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벨의 표정은 근심어리기만 하다. 과연 벨은 야수의 진심을 알게 되고 그를 저주에서 풀어낼수 있을지, 이야기를 다 알면서도 뒷장엔 어떤 사연이 그려져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은 독자가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참여하는 즐거움도 주는데, 미니 팝업이 있어 쭉 잡아당기면 재미있는 효과를 준다. 잡아당기면 벨의 모습이 등장하고 성의 또 다른 모습도 볼수가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그리고 거울 같은 소품안에도 디테일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얼마나 신경썼는지를 알수 있다. 그 노력이 가격으로 이어진다는게 눈물 나긴 하지만, 몇년 지나면 가격 할인을 더 해주지 않겠는가? 하지만 몇천원 더 보태서 얼른 만나는게 좋을 수도. 닳고 닳도록 계속 보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