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서영남 전직 수사 이야기
서영남 지음 / 휴(休)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고는 하지만 이런 분들이 있어 희망을 이야기 하나 보다.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민들레 국수집'의 주인 서영남씨. 그는 아무도 관심주지 않고 돌봐주지 않는 노숙자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위해 이 식당을 열었다. 요즘 세상에 공짜로 밥을 먹게 해주는 식당이 있다니! 책을 읽으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내가 알고있는 무료급식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길게 줄 세우고 음식이 바닥나면 배식이 끝나는 거였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갈텐데, 민들레 국수집은 한발 더 나아가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하는 영업 시간엔 아무때나 와서 먹어도 되고 한 그릇이 아닌, 배 부를때까지 먹어도 된다. 하루에 몇번을 오든 상관않고 오히려 자주 올때마다 주인은 더 좋아한다. 세상에 이곳처럼 푸근하고 넉넉한 곳이 또 있을까? 심지어 서영남씨는 자주 오는 분들을 VIP손님이라고 칭한다. 밥을 주는 것보다 '사람대접'을 중요시하는 그를 보면서 저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사회가 노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좋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들이 길바닥으로 나앉게 된것이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 때문인데, 사실 사회 시스템의 잘못이 더 크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노숙자들을 게으르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서영남씨에겐 그들은 노숙자 이기전에 사람 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숙자들을 없는 사람 취급했지만 그에게는 손님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조금만 퍼서 먹고 한끼만 먹고 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이었다.  

서영남씨가 민들레 국수집을 개업하면서 만든 규칙은 착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후원만 받는다는 것이었다. 생색내기 좋아하는 부자들의 후원과 정부지원은 받지 않고 후원회 조직도 만들지 않았다. 그저 나눔의 미덕을 아는 사람들의 도움만으로 운영했고 고맙게도 위기때마다 기적같은 일이 일이 벌어져 문 닫는 일 없이 운영할수 있었다. 하루종일 폐지를 모아도 500~1000원 밖에 벌지 못하는 할머니들이 반찬 사는데 보태쓰라며 돈을 내고, 노숙자 신세임에도 수입의 일정부분을 손에 쥐어주며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전국 각지에서 쌀,반찬 등 필요한 물품들을 보내줘서 손님들은 매번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 있게 됐다.  

29p  피터모린- 굶주림이나 실업과 같은 문제를 국가나 부자들의 비인격적인 자선에 기대지 말고,우리 스스로가 어려움에 직면한 형제들의 보호자가 되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고 집 없는 이들에게 쉼터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의 표현대로 '기적'같은 일은 끊이질 않고 일어난다. 봉사자들과 마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민들레 국수집'은 번성할수 있었고 더 나아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수 있었다. 서영남씨는 VIP손님중 자립하길 원하시는 분껜 사정이 허락되는 대로 방을 얻어 드렸고 그렇게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된 이들이 많다. 사연을 들어보면 그중에선 홀로서기에 성공한 분들도 많지만, 또 그만큼 실패하는 분들도 있었다. 노숙자들 대부분이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갖지 못했고 그로 인해 존재감을 잃고 살아갈 의욕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술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알코올 중독은 쉽게 치료가 되지 않아 실패를 밥먹듯이 해야 했다. 하지만 서영남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사람은 서서히 변한다는 믿음으로 기다려 주었다. 만약 나 였다면 인내심을 잃어버렸을 법한 상황에도 그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잔소리를 끔찍히도 싫어하는 노숙자분들이 스스로 변할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묵묵히 기다려준다.   

이런 분들을 위해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를 짓고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과 식당을 열었다. 이 모든건 서영남씨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의 결심을 실행에 옮겨주게 한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나눔이란 자기의 귀한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먹기는 싫고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생색내고 싶어서 주겠다고 하는 것은 나눔이 아니다. 이런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더구나 그들은 더 많이 내어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미안해 한다. 이런 따뜻하고 작은 정성들이 모인 '민들레 국수집'. 신기하게도 받은 것중 일부를 더 어려운 이웃에게 내어드리면 그보다 더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60p 무위당 장일순 선생- 자네 집에 밥 잡수시러 오시는 분들이 자네의 하느님이여. 그런줄 알고 진짜 하느님이 오신 것처럼 요리를 해서 대접을 해야 혀. 장사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은 일절 할 필요 없어. 하느님처럼 섬기면 하느님들이 알아서 다 먹여주신다 이 말이야.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가 아름다운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씨. 그와 가족이 보여주는 나눔의 미덕은 이렇게 세상을 살맛나고 향기롭게 만든다. 그리고 이 선행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있어 더 풍요로워지는것 같다. 나눔은 어려운게 아님을, 그저 내가 가진것을 이웃과 함께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다는걸 '민들레 국수집'을 통해 알게 되고 배운다. 부디 나눔의 기적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더 많은 곳에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더이상 배고픈 사람이 없는 사회가 될 때까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